강덕수 STX회장이 큰딸에게 막내 부탁한 사연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11.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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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스스로를 주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강덕수 STX그룹 회장


"나는 지금도 스스로를 주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회사 모두 비주류에 속해 있다. 재산이 많아서, 학벌이 좋아서, 회사가 처음부터 튼튼해서 성장한 것도 아니다. 단지 약점을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도전했을 뿐이다. "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KBS에서 방송된 '일류로 가는 길-대한민국 CEO, 희망을 말하다'에 출연, 강연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7일 성균관대학교 새천년 홀에서 녹화한 이 강연에는 수백 명의 성균관대 학생이 참석했다.



강 회장은 "주류가 늘 세상을 이끄는 것 같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노력하고 피땀 흘리는 사람들이 각 부문에서 주류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좋은 대학 나오고, 부잣집에 태어난 사람이 주류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며 "주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무너져가던 쌍용중공업을 일으켜 세우고 STX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2000년 3월 정부가 52개 퇴출기업 명단을 발표했는데, 자금 담당 임원으로 있던 쌍용중공업이 포함됐다. 일거리는 없고 공장은 마비됐다. 은행에 돈을 꾸러갔더니 최고경영자(CEO)의 보증을 요구했다. 그런데 CEO가 서명을 못 하겠다고 해서 대신 했다. 회사가 망하면 360억 원을 대신 물어내야 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가족을 데리고 정동진으로 가서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큰딸에게 '아버지가 더 이상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막내 동생의 공부를 부탁한다'고 했다. 죽기 살기로 회사를 살려야 했다. 그렇게 CEO를 맡아 2001년 5월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STX를 출범시켰다"

현장경영에 얽힌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지금도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계통을 무시하고 해당 직원에게 바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때문에 STX그룹 직원들은 화장실 갈 때도 휴대폰을 갖고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 같다"

STX그룹의 주요 성장전략이었던 인수·합병(M&A)에 대한 철학도 공개했다. "M&A 매물을 고를 때에는 기존 사업과 관련이 있고, 잘 아는 사업을 우선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빨리 성장시킬 수 있다. 엔진 사업 하면서 조선 사업을 하고, 조선 사업을 하면서 해운 사업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 회장은 이어 "M&A는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는 것"이라며 "그 사람들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인수해보면 한 20% 정도는 구조조정을 해도 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 20%는 오랫동안 일을 잘 못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보내도 일자리를 못 구한다. 그래서 우리는 20%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20%의 성장을 함으로써 나머지 20%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선택했다. STX그룹이 빠르게 성장한 원동력은 여기에 있다"

강 회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몇 위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더 많은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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