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名家 재건의 길

더벨 이도현 기자 2009.11.02 17:32
글자크기

[thebell note]"피인수 불평 대신 융화 노력해야"

더벨|이 기사는 10월30일(07:2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9년 프로야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정규시즌 1위 기아 타이거즈와 2위 SK 와이번즈는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고 승부는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가려졌다. 기아 타이거즈의 통산 10번째 한국 시리즈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img3.gifimg3.gif
광주 호랑이들이 '해태' 대신 '기아'라는 이름으로 우승을 하는 데 무려 1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몇 번의 감독 교체가 있었지만 하위권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모기업인 기아자동차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여러 부침들이 있었기에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 팬들은 마음껏 눈물을 흘리면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야구단 오너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축승회에서 선수단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열악한 하드웨어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단이 고맙고, 앞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광주에서 '해태'라는 이름이 지닌 의미는 상상 외로 크다. 그래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기아 타이거즈는 광주 시민들의 마음속에 쉽게 녹아들 수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구단에서부터 감독, 선수들까지 모두 하나가 돼 결국 우승을 일궈냈다. 기아 타이거즈는 프로야구 명가 부활의 기치를 올리는 동시에 자연스레 '광주'의 품으로 들어왔다.

그렇다면 건설업계의 '명가'를 자부하는 대우건설은 어떨까.

2006년말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새 주인이 됐지만 3년도 채 안돼 되팔리는 신세가 됐다. 시장에서는 흔히 '승자의 저주'로 비유한다. 금호가 삼킬 능력도 없으면서 욕심을 냈다가 결국 체해서 토해낼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

img4.gifimg4.gif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자세를 지적하기도 한다. 매각 이후 그룹에 녹아 들어가려는 노력은커녕 '대우'라는 과거 영광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대우건설 내에서는 공공연히 "금호가 감히 대우건설을 탐을 내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며 조소하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팽배하다고 한다. 대우건설에 입사한 지 3년째인 한 직원은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입사 이래 '금호'라는 단어를 써 본적이 없다"며 금호 언급은 일종의 금기라고 말한다.

이 자존심은 회사가 다시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나오게 하는 데 일조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실시된 시공능력 평가에서 현대건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실적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GS건설, 현대건설 등 경쟁사들이 잃어버렸던 신용등급(AA-)을 찾는 동안 대우건설(A-)은 오히려 '미확정검토'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대우건설에 대한 최대 관심은 새 인수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내외부에서 큰 차이가 없다. 현재로서는 누가 인수할 지 불분명하다. 노조 등 일부에서는 투기자본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회사측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힌 것은 아니다.

누가 회사의 주인이 될지는 분명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다른 기업에 인수가 되면 그 기업에 녹아들어 시너지를 낼 준비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우건설은 단합을 위해 잇달아 본부별 주말 산행을 단행하고 있다고 한다. 단합의 목적이 '대우'라는 자존심의 고수인지, 회사의 생존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목적에 따라 명가 재건을 이룰 수도,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대우건설이 옛 영광을 다시 누리고 싶다면 기아 타이거즈의 재건 과정을 참고해 볼만 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