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그룹 파산, 美 금융시장 영향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11.0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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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파산에 사전조정으로 영향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회복 신호를 보이던 미국 금융시장이 파산 보호를 신청한 CIT그룹 '암초'에 부딪쳤다.

101년 역사의 중소기업 전문 대출 금융회사 CIT그룹의 파산은 수 만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미쳐 회복 국면에 접어든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이미 CIT그룹의 파산은 수개월 전부터 예견돼 왔다. 채권단과 사전 협의를 거쳐 회생 계획을 미리 마련한 사전조정 파산(Prepackaged plan)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CIT그룹은 뉴욕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CIT는 자산 710억달러, 부채 649억달러(블룸버그 집계)의 20위권 은행으로 리먼브러더스, 워싱턴뮤추얼, 월드컴,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미국 역사상 5번째로 규모가 큰 파산이다.



CIT그룹은 지난해 12월 31일 미 정부로부터 2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리고 올 여름부터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미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CIT그룹의 파산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후 CIT는 채권자들과 30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 재조정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그러나 최대 채권자이자 투자자인 칼 아이칸 주도로 채권단의 90%가 사전조정파산을 선택함에 따라 빠른 회생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조정 파산이란 경영진과 채권자 등이 구조조정 방안과 함께 파산을 신청하는 제도로 채권단의 합의가 없는 일반 파산보호에 비해서는 회생 과정이 비교적 쉽다.


칼 아이칸도 파산보호신청과 동시에 10억달러의 운영자금을 지원키로 했고, 채권단도 지난달 28일 45억달러 규모 긴급 크레딧라인을 개설키로 동의했다.

다만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사라짐에 따라 우선주 취득 형식으로 지원됐던 미 정부 공적자금 23억달러 역시 손실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CIT그룹도 성명을 통해 "90%의 채권자가 사전조정 파산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100억달러의 채무가 경감될 것"이라며 "향후 2개월 후 파산보호에서 벗어나 회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피크 CIT그룹 최고경영자는 "CIT가 파산보호에 돌입하더라도 중소기업 고객들에게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중소기업 대출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펌인 커클랜드앤엘리스의 구조조정 전문가인 조너선 헤네스 파트너는 "CIT그룹이 사전 논의를 거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CIT그룹은 고객들을 잃지 않고 파산 보호 과정을 거쳐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CIT그룹 파산은 단기에 한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달 30일 뉴욕증시는 CIT그룹의 파산 가능성이 반영되며 다우지수가 2.5% 폭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엔화대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증시 변동성을 반영해 '공포지수'로 불리우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VIX지수는 이날 하루동안에만 25% 급등하면서 30.69로 치솟았다. 공포의 기준선으로 일컬어지는 30선을 단숨에 돌파한 것.



하지만 CIT그룹 영향을 뉴욕 증시가 이미 선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옴에 따라 향후 뉴욕증시에 미칠 파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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