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약한 금융감독원

더벨 김참 기자 2009.11.0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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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사업자 10여곳 선정 예정..금융사 이해관계 외면 못해

더벨|이 기사는 10월29일(10:1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에 대해 말들이 많다.



지난 8월 금감원이 퇴직연금사업자 선정을 위해 RFP(제안요청서)를 발송할 당시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는 "각 업권별로 1곳씩 3곳이 선정될 것이다"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900억원, 가입자 수는 1600여명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적립금과 가입인원 등을 고려하면 1~2명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사업자를 많이 선정해봐야 운용수수료 등 비용부담만 커지고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실적인 이유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 금감원은 당초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금융 권역별로 1곳씩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기존 방침을 뒤집어, 각 권역별로 3~4곳씩 사업자를 무더기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금감원이 방침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주무기관이라는 특수성과 공공성 때문이다.

순수하게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하나의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금감원은 2~3곳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맞지만 감독기관이라는 공공성 때문에 되도록 많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으로 전환한 것이다.


금감원의 이 같은 사업자에 대한 애틋한 생각과 달리 퇴직연금사업자들에게는 금감원도 똑같은 하나의 기업일 뿐이다.

특히 사업자들은 금감원의 퇴직연금사업자라는 평판이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금감원의 퇴직연금사업자에 선정되면 트랙레코드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은 물론 이후 공공기관과 유관기관 사업자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일부 사업자들의 불만 제기도 금감원의 퇴직연금사업자 선정 방식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부 탈락이 확정된 사업자들은 RFP를 받은 금융기관 전부를 사업자로 선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퇴직연금사업자의 인·허가를 해줬고, RFP 발송 당시 사업자별로 경영지표 등을 평가해 부적격 사업자들을 한차례 걸러낸 만큼 제안서를 제출한 사업자에 한해서 큰 하자가 없다면 전부 선정해주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결국 금감원은 이 논리를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이해관계에 신경을 쓰면서, 임직원들의 안정적인 노후자금 운용이라는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많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금감원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퇴직연금사업자 선정이 임직원들의 퇴직금을 불리는 데 불리한 결과를 낳는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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