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철학에 심취했던 그는 어떻게 간첩이 됐나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09.10.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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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소재 A대학 경찰경호행정학과에서 강의를 해온 대학강사 이모씨(37·남)가 17년간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

1972년 대전에서 태어난 이씨는 국내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인도에서 대학에 진학했다. "인도철학에 심취됐다"는 것이 그 이유. 1991년 8월 인도에 도착한 이씨는 1992년 10월 인도 델리대학 람자스칼리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유학중 북한 대남 공작부서 '35호실'의 공작원 '리진우'에 포섭돼 간첩으로서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인도에서 학사학위 취득 후 1996년 귀국한 이씨는 1998년 인도의 농민운동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서울소재 B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1998년 10월부터 2001년 9월까지 3년 동안 학사장교로 육군 전방 야전부대 정훈장교직을 수행했다.

그를 검거한 수원지방검찰청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그는 전역후 2001년 1월 중국 베이징에서 복무중 입수한 군 '지상작전', '미작전요무령', '육군대학 교육자료' 등을 북측에 전달했다.



2003년 2월에는 싱가포르에서 한 사단의 편제 등을 누설했고, 2006년 6월 캄보디아에서는 국정원 3급 비밀 '안보정세설명회' 자료를 전달했다. 2007년 8월 베이징에서 위성항법장치(GPS)로 탐지한 군부대, 비행장 위치 좌표값 등을 북측에 넘겼다.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총 9차례 리진우를 만나 군사기밀 탐지 지령을 받고 국방 및 대북관련 자료, 각종 지도 등을 전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수색 결과 북학원전 '장군님의 혁명시간을 따르자' 등 이적표현물 20점을 보관해왔다.

그동안 이씨는 B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이 대학과 A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했다. 각각 정치외교 교양과목과 영어교양과목을 가르쳤다. 또 경북 소재 국립대 C대학에서 초빙연구원으로도 근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평통 자문위원, 통일교육원 통일교육위원, 한 정당 대의원,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북한공작원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정계진출을 계획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결국 포섭된 지 17년만에 꼬리가 잡혔다. 지난 9월9일 체포된 것. 29일 수원지검 공안부는 "각종 군사기밀을 북한에 넘겨주고 미화 총 5만 600만달러(한화 6036만원)를 공작금으로 받은 혐의로 27일 이씨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검찰에 체포되기 직전까지 A대학에서 2학기 영어수업을 맡을 예정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이번 학기는 수업예정이 없었다"라고 말했으나 수원지검 측은 "검찰의 체포로 수업이 대체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수업진행을 위해 만든 인터넷 카페에는 간첩이라고 의심할 만한 내용 전혀 없다. 평범하게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고 질문도 받는 커뮤니티다. 그가 강사로 활동하던 학교 관계자도 "배신당한 기분이다.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라며 "충격으로 대학의 업무가 중단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던 모 단체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내 한 시민 언론 단체 관계자는 "2008년 12월 총회를 거쳐 이씨를 운영위원으로 뽑았는데 갑작스런 소식에 놀랍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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