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겨울방학부터 폐지하라

머니투데이 유승호 부국장대우 산업부장 2009.10.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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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겨울방학부터 폐지하라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논란을 보면 답답하다. 외고가 과외를 부추기며 우수학생들을 몰아넣고 치킨게임을 시키는 등 외국어 전문학교의 본래 취지에서 다소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고를 폐지한다고 과외가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라고 믿는 학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학부모들이 허리가 휘면서도 과외를 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안시켰다가 내 아이만 불리해지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는 초등학교 때 이미 중학 수학을 떼고 'Vocabulary 22000'을 줄줄 외우는데 내 아이만 낙오되는 것 아닌가 불안하다.



학교 공부에만 충실하고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론 낙오된다는 게 통념이 됐다. 부모들은 공정경쟁을 믿지 않게 됐다. 외고가 없다 해도 자율형사립고, 과학고 등이 있고 학교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과외는 할 것이다.

'불공정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니는 과외를 줄이려면 과외할 시간을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 겨울방학을 없애고 수업시간도 최대한 늘려 공교육에 묶어놓아야 한다.



방학은 부모의 소득에 비례해 아이들의 '불공정 경쟁력'을 키우는 시간이다. 겨울방학이 없는 미국에서조차 여름방학 후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아이들의 성적 차이가 벌어진다고 한다.

몇 가지 반론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과외를 안시킬 것 같으냐? 여름방학 때 시킬 것이고 아이들만 밤 늦게까지 더 고생시킬 거다" "현재 교사 인력으론 감당 못한다" "학교에다 몰아넣어두면 아이들 학력이 떨어질 것 아닌가?"

방학을 없애고 공교육시간을 늘린다고 과외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줄어들기는 할 것이다. 피아노, 태권도, 컴퓨터, 수학, 영어 등 학원이 대신해주는 기능들을 늘어난 공교육시간이 흡수해줘야 한다. 미국 미주리주의 초·중학교는 여름방학 때 아이들이 특별수업을 결석 없이 들으면 100달러가 넘는 상품권을 준다.


대한민국의 교육 패권은 완전히 사교육으로 넘어가 있다. 공교육은 보조기능만 한다고 해야 할 지경이다. 학교선생님은 아이들을 잘 구슬러가며 가르쳐야 하는 반면 학원 강사들은 혹독하게 해도 아이들이 항의조차 못한다고 한다. 학교 수업시간에 학원 숙제하는 것을 혼내지 못한다.

실제 아이들에게 실력을 인정받는 교사들이 학원 강사로 전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돈 없는 집 아이들은 실력 있는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길이 없어질 것이다.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은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인적자원의 풀을 스스로 좁히는 셈이다.

아이들이 공교육에 오래도록 붙잡혀 있으면 부모들도 공교육의 질을 높여달라고 요구할 테고, 자연스럽게 교육 패권은 공교육으로 넘어갈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은 그 시간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연구해봐야겠지만 지역별로 수업시간을 늘리는 지자체에 교부금을 더 많이 배정해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장들도 명품 교육도시를 만들어 지역인구가 늘어나고 집값도 오르게 된다면 재선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은 반대하겠지만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을 대신해 읍소한다. 겨울방학부터 폐지하고 공교육 수업시간을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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