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삼성회장, 냉장고 사고 대로(大怒)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9.10.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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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품질경영 강조..소비자 안전이 최우선 "불량은 암이다"

이건희 前삼성회장, 냉장고 사고 대로(大怒)


삼성의 대주주인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냉장고 불량 사고에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9일 "이 전 회장이 지난 10일 삼성 양문형 냉장고의 파열 사고를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후 본인이 20여년간 심혈을 기울여왔던 품질경영 기조가 무너진데 대해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전 회장은 양(量)에서 질(質)로의 변화를 촉구하며 지난 1993년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하고, '불량은 곧 암이다"며 질 경영을 강조해왔다.

1987년 회장에 취임한 후 줄기차게 품질경영을 강조해왔다. 신경영 선언도 당시 세탁기 제조과정에서의 금형 불량으로 인해 소비자 불만이 쌓인다는 사내방송을 접한 후 아직도 불량에 둔감한 사내분위기를 혁신하기 위해 시작됐었다.



이 전 회장은 "100만개 중에 1개의 불량이 나면 불량률이 낮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 하나를 선택한 소비자는 100% 삼성 제품이 불량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며 완벽한 품질 관리를 요구해왔다.

질 경영을 중시하는 이 전 회장은 한 치의 불량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지난 1994년 무선전화기 출시 후 통화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자 500억원어치의 전화기 전량을 수거해 구미 공장의 운동장에서 '무선전화기 화형식'을 하고 불량과의 전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같은 이 전 회장의 품질 경영이 오늘날 '애니콜 신화'의 원동력이 됐다.

이 전 회장은 결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는 것은 품질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고, 자신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 소비자에게 판매한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자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경사스러운 행사인 창립 40주년 기념행사를 하루 앞둔 시점에 21만대의 냉장고 리콜을 전격 발표한 것도 내부의 잔치보다 소비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이 전 회장의 품질 경영 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창립 40주년 행사를 치른 2~3일 뒤에 리콜을 발표해도 늦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의견도 있지만, 소비자 문제는 한시도 늦출 수 없는 만큼 최우선 과제여서 전 인원을 동원해 최대한 빠른 시일에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고 후 약 3주만에 원인 분석과 함께 해법을 찾고 전 서비스 요원을 투입해 이를 즉시 개선키로 한 것도 이 전 회장의 질 경영 중시의 경영철학을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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