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꿈보단 해몽이다. 같은 결과를 두고 다른 해석이 나온다. 10·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튿날인 29일 여야는 각자 재·보선 '승리'를 자평했다.
↑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전날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강원 강릉과 경남 양산 등 2곳에서, 민주당은 경기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등 3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민주당은 수도권 2곳 모두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데 고무돼 있다. 당내에선 영·호남에 비해 지역색이 약한 수도권 승리로 내년 지방선거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망이 밝다는 얘기다.
충북 승리도 남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 충북 민심을 발판으로 여권의 '세종시 수정 추진' 움직임에 전면 공세를 펼 방침이다. 여세를 몰아 4대강 사업과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향후 정국에서도 주도권 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정세균 대표의 '국정기조 전환' 발언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읽힌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서로 승리를 자평하는 아전인수격 해석에는 '당 대 당'의 샅바싸움 외에 여야 각 당의 내부 사정 탓도 적잖다.
정몽준 대표는 이날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격려와 채찍을 동시에 줬다"며 절반의 승리에 무게를 두면서도 "내가 아직 '당에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달게 받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날 당장 개혁성향 초선모임인 '민본21'에서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제기된 당 쇄신 요구에 대해 어느 하나 실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 조속한 쇄신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나선 참이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조기 전당대회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잠재우려면 자숙과 함께 '성과론'이 필수다.
정세균 대표로선 4·29 인천 부평을 재선거 승리에 이은 이번 선거 승리로 당내 리더십을 강화하고 대선 발판을 마련할 호기를 맞게 됐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정세균 체제'가 공고화되면 연말 국회를 맞아 단일대오를 갖출 동력을 확보하고 당내 갈등의 화약고인 '정동영 복귀론'도 잠재울 수 있다.
당내 중진 사이에선 "지난 7월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국회에 복귀할 명분이 주어졌다"는 얘기도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