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너무 빨라진다. 계속 속도를 내다보니 코너 같은 곳을 돌 때 내 마음대로 자동차가 통제되지 않는다. 약간만 핸들을 틀어도 자동차는 전복될 것만 같다.
마음도 이 운전과 똑같다.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너무 빨리 달리면 자동차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자동차와 흡사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시간을 거느려야 돈도 거느린다](https://thumb.mt.co.kr/06/2009/10/2009102910134125748_1.jpg/dims/optimize/)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제 마음 자체가 가속되고 가속도가 붙은 마음은 쉽게 분노나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됩니다. 질주하는 마음은 워낙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사랑, 동정, 배려 등 고요한 심적 상태를 돌아볼 겨를이 없고 즉흥적인 결정이 판단을 대체합니다. 우리는 운전대를 꼭 잡고 있어야만 우리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삶의 속도를 늦추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마음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반드시 게을러지거나 만사 늘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저자는 아침에 남보다 일찍 일어나고, 모든 일을 하는 데 있어 약간만 더 일찍 하면 훨씬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시간과의 싸움만큼 힘든 것은 없다. 사람들은 시간 앞에서 대부분 지고 만다. 지금 당장 천천히 하면 될 수 있는 것도 계속 딴청을 피우다가 시간이 닥치면 허겁지겁 시작하다가 신경질로 끝나기 일쑤다.
물론 시간이 닥쳐야만 일을 더욱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능률이 더 오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사람들은 너무나 초긴장 상태가 돼 있어 곁에서 누군가 약간만 신경을 거슬려도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부리게 되기 마련이다.
◆시간을 잘 견디는 자만이 해낸다
지루한 시간, 당장 닥치지 않는 시간, 여유로운 시간을 잘 보내기란 쉽지 않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잘 다스린다는 것도 쉽지 않다. 하루 24시간을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쓸데없고 별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막상 중요한 일이 닥치면 마음이 쫓겨 여유를 잃고 통제 불능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 영화화된 소설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오드리 니페네거가 쓴 이 책은 출판계에 니페네거 신드롬을 일으켰을 정도로 호평과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남자 주인공은 희귀한 유전병으로 시간을 넘나드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아내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서 어린 시절을 만나보기도 하고, 미래로 넘어가 늙은 아내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남편을 매우 사랑하는 아내는 속절없고 기약도 없는 기다림을 잘도 견뎌낸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과거 속으로 사라지는 날이 허다한데도 말이다. 2년 동안 만나지도 못한 채 기다린 적도 있다. 남편이 죽은 이후 수십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아내는 놀랍게도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겨낸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아내는데 예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죽음이 아니라, 처절하리만큼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어찌 보면 시간 앞에서 생겨나기 쉬운 사랑의 진부성, 혹은 사라지기 마련인 사랑의 지속성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그래도 시간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사랑을 지키는 모습이 위대해 보이긴 했다.
◆시간을 활용해 투자하는 법
투자로 돌아가 보자. 실제로 주식투자든 어떤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이 시간과의 싸움을 잘 이겨낸 사람이 대부분 성공한다. 가치투자라는 것도, 복리라는 것도 결국 시간을 활용한 투자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렌 버핏을 들 수 있다. 버핏은 뉴욕에서 2000Km 이상 떨어진 자신의 고향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한가로운 전원생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자신이 운용하는 버크셔해셔웨이의 주주총회 때나 얼굴을 내밀 뿐이다. 그런 여유 속에서 주식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또 주가가 폭락할 때나 폭등할 때나 진득하게 기다리면서 가치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의 얘기는 대체로 한결같다.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 최소한 몇년은 기다릴 요량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어떠한 굴곡이 있더라도 버틴다.
예전에 만난 주식투자 고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가치투자를 하냐고 물으면 행복해지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시간에 쫓기면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투자가 제 본업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매일 투자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혹 돈을 벌지 몰라도 행복해지지는 않을 것 같네요. 좋은 종목을 골라놓고 몇년 동안 신경 안 써도 되는 그런 투자를 하고 싶어요. 그것이 행복해질 수 있는 투자법이 아닐까요?"
물론 타고난 스피드광도 있을 수 있다. 빠른 운전에 능숙하고 핸들링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이 행복의 길이라고 믿을 지도 모르겠다. 정답은 없겠지만 속도가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사고의 위험 또한 높아지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시간을 잘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자세를 기르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투자뿐만 아니라 건강, 주변사람들과의 조화, 인성 등 전반에 걸쳐 좋은 것이 분명하다면 한번쯤 진지하게 시도해볼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때가 왔는데도 여전히 게으름을 피우고 늑장을 피우는 것은 제대로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평소에 느긋한 마음을 갖되 늘 준비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