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종대왕상 영어안내문 오역 논란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09.10.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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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종대왕상 영어안내문 오역 논란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 영어 안내문이 잘못 번역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9일 세종대왕상 전면 바닥에 세종로와 조선왕조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소개하는 안내문 동판을 설치했다.

이 안내문은 가운데 '광화문 광장' 글씨를 중심으로 왼쪽은 한글, 오른쪽은 영어 번역문으로 돼 있다. 두 안내문 모두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글, 영문 사인이 새겨져 있다.



문제는 왼쪽 한글 안내문의 '한글 창제 등 민족문화를 꽃피우신 세종대왕' 부분이 'King Sejong the Great, who invented our national language Hangeul'로 번역된 것.

일부 학자들은 랭귀지(language)는 통상 문자를 포함하지 않은 구어를 지칭하는데 이처럼 번역할 경우 마치 세종대왕이 '한글'이 아닌 '한국어'를 발명한 것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전종호 교수는 "한글을 '리튼 랭귀지(written language)'로 표현할 수는 있지만 단순히 '랭귀지(language)'라고 했을 때는 뜻이 제대로 전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국 관광객에게 '한글 창제'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려면 '알파벳(alphabet)'이 보다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불가리아 관광객 크리스티나 오다지에바(41·Christina Odajieva)씨는 "(이 동판을 보고) 세종대왕이 한국말(korean spoken language)을 발명하기 전에 중국말을 썼다고 이해했다"며 "실제 한국말이 본래 있었고 그가 알파벳(alphabet)을 발명한 것이라면 안내문의 '랭귀지(language)' 표현은 착각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오역 논란에 대해 서울시 도심활성화담당 이용심 팀장은 "안내문은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에 의뢰해 제작했다"며 "말과 글을 분리하는 협소한 의미가 아니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광범위한 의미에서 '랭귀지(language)' 표현을 쓴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 정보화팀 박찬훈 팀장도 "한국인 번역전문가가 한글 안내문을 영어로 번역했고 한국에 체류 중인 원어민 전문번역가의 감수를 거쳤다"며 "논란이 제기된 후 다시 감수를 받았으나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영어권 사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쓴 표현인 만큼 29일 세 명의 외국인 번역가에게 다시 한 번 감수를 맡길 예정"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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