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매각 국민주 방식 선택한 까닭은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09.10.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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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집단 소유집중, 해외 헐값 매각 논란 차단 포석

 정부가 알짜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1단계 민영화작업의 일환으로 국민주 방식의 기업공개(IPO)를 택한 것은 국가전략적 가치가 큰 공항에 대해 특정 집단의 소유 집중과 해외 헐값매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왜 국민주 방식인가 =국민주는 법적 근거에 의해 남녀소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국적의 국민에게 공기업 지분을 거의 균등히 배분하는 방식이다. 공기업 지분을 평등하게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민영화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정책적 취지를 갖는다.



 국민주는 1988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민영화 수단으로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은행을 포함한 정부 보유지분 69.1% 중 34.1%가 청약을 통해 선정된 322만명에게 주당 1만5000원으로 매각됐다. 1명당 최대 7주가 돌아갔다. 1989년 한국전력 역시 정부 지분의 21%가 1만3000원에 국민주(6~40주)로 배당됐다.

국민주 근거규정이 있던 96년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공기업 매각방법에서 국민주가 제외됐으나 최근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민주 재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민주는 공모대상이 한국인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외자매각 논란을 비켜갈 수 있다. 일반공모는 외국인도 내국인과 같은 대우를 해야해 외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제적으로 서비스 우수공항으로 인정받고 5년간 흑자를 이어온 알짜 공항이어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외자매각, 헐값매각 시비가 많았다.

 국민주를 보유한 개인투자자가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외인의 지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비판이 있지만 인천공항에 대한 국민정서를 고려, 정부가 다소간의 부정적 요소를 감수하고 국민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적정한 가격 매겨질까 =국민주 방식에서는 매각가격을 얼마나 적정하게 받을 수 있는지가 큰 과제다. 국민주는 1명당 보유량이 획일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투자자가 원하는 양을 원하는 만큼 배정하는 일반공모보다 좋은 값을 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국민주 취지상 원천적으로 높은 값을 매기기 어려운 면도 있다. 이 같은 공적인 면이 크게 부각되면 매각가가 인천공항 자산가치보다 낮아지고 이후 진행될 추가 상장과 블록세일에도 부정적 영향을 잇따라 미쳐 헐값매각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2010년 세외수입에서 계상한 인천공항 지분 매각대금은 5909억원으로 정부는 16.3% 지분을 주당 5000원 기준으로 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공항 전체 가치를 계산하면 약 3조5000억원이 된다. 이는 인천공항의 장부가 기준 순자산가치인 4조1000억원에도 미달하는 것은 물론 공시지가를 반영한 순자산가치 7조7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시지가를 반영한 순자산가치를 주가로 환산하면 주당 1만610원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16.3%의 가치는 1조2000억원에 달하지만 인천공항의 잠재적 가치를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2009년 매출 1조1720억원, 순이익 157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가가 현물 출자한 토지와 시설물과 관련, 민영화 후 개발에 따른 투자자 지분 희석화 문제와 매년 탕감받는 2000억원 규모의 지방세 등에 대한 적정평가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헐값매각 논란은 공모가 산정과정에서 적정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머지 지분은 =이제까지 전체 매각예정 정부 지분 49%는 국민주, 우리사주돚일반공모 등을 통한 추가 IPO, 전략적 매각지분 등으로 순차적으로 나눠 파는 게 큰 틀이었다. 국민주와 전략적 제휴자 비율은 각각 16%, 15% 정도지만 시장상황 등 매각여건에 따라 가변적이다.



 정부가 2015년까지 완료할 예정인 3단계 확장사업의 재원마련을 주요한 이유로 내세우는 만큼 적어도 사업 진행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2~3년 후까지는 매각을 마무리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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