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번 ○○○'라는 후보는 눈에 띄지도 않았다. 한나라당 박희태·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마치 자신이 출마한 양 새벽부터 한밤까지 지지를 호소했다. 칩거에 들어간 손학규·김근태 전 의원이 지구당 사무실에 상주하고 선거에 코끝 하나 안 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꼭 6개월 전 여야 지도부를 쫓아다니며 봤던 풍경이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미니총선, 지방선거 전초전 등 여야가 내건 말은 넘치지만 미디어법이나 4대강·세종시 사업 같은 굵직한 현안은 희미하다. 여야는 각각 "국정안정"과 "여당심판"이라는 구태만 무한재생할 뿐이다. 부정선거로 다시 치르게 된 재·보선에서 어떻게든 이기려는 갖은 꼼수가 등장하고 향응 제공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의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결국 선거에 목매는 이는 후보를 빼면 "결과에 따라 국정주도권이…"를 운운하는 여야 지도부밖에 없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역대 재·보선이 그렇듯 이겨봤자 그들만의 승리"라며 "국민의 생각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헛발 디디지 않으려면 막무가내식 심판론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선거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