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정책공사 28일 출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10.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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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銀, 설립 55년만에 민영화 시동

↑ 산업은행 CI↑ 산업은행 CI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KoFC)와 산은금융지주회사로 나뉘는 등 설립 55년 만에 큰 변신을 꾀한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산은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지주회사가 28일 각각 출범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다. 1954년 설립된 산은은 그동안 국책은행으로서 맡았던 정책금융 기능을 공사에 넘겨주고 민간 상업투자은행(CIB)으로 탈바꿈한다.



◇글로벌 'CIB' 꿈꾸는 산은지주= 산은지주는 자산 142조원 규모로 출범한다. 산은,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린다. 산은은 당분간 지금처럼 정부 지급보증을 받아 저리로 산금채를 발행하는 등 싼값에 자금을 조달한다.

산은은 열악한 수신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재 대우증권과 연계해 예금, 펀드, 보험 등의 상품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산은 금융플라자(가칭)'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예금 금리도 시중은행 예금 상품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산은금융그룹' 출범을 기념해 내놓은 'kdb 프리미어 정기예금'이 대표적이다.



또 국내외 은행과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수신기반 확충과 산은지주의 경쟁력을 위해 국내외 은행과 M&A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행장의 수신기반 확충 노력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뜻하지 않는다. 민 행장은 "국내 은행들과 경쟁하는 것은 의미 없다"며 "산은을 국내 시중은행과 달리 세계적인 CIB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행장은 또 "금융위기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붕괴했고 투자은행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면밀한 분석과 치밀한 전략으로 준비한다면 국내에도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이 나올 것"이라며 산은지주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가 국내외 은행과의 M&A를 거론한 것이 단순히 수신기반만 고려한 게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민 행장은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며 "산은지주를 오는 2011년에 국내 주식시장에, 2012년에는 해외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산은은 현재 동남아와 인도 등지에서 인수 가능한 물건을 물색하고 있다"며 "해외 상업은행은 물론 투신사들과 합작을 통해 몸집을 키워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 경쟁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KoFC, 제2의 산은 역할= 자산 28조원 규모로 출범하는 정책금융공사는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산은이 보유한 공기업 주식(15조원 규모)은 물론 산은지주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된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은이 담당했던 중소기업 지원과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등 공적 업무를 맡게 된다. 정책금융공사는 현재 산업은행 옆 건물인 산은캐피탈 건물 6∼7층을 사용하고 있다. 공사로 발령 난 90여 명의 직원들이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수익이 나지 않아 다른 은행들이 나서지 않는 성장동력 산업과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산은이 맡았던 공적기능을 모두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공사 업무가 수출입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 중복된다는 지적에 대해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해 보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확실히 다르다"며 "앞으로 정책금융공사 나름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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