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재보선]韓 '절반의 승리'…쇄신론 재부상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10.2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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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완패' 징크스 깼다 vs 책임론 제기, 혁신 주장 움직임

한나라당이 10·28 재보선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총 5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경남 양산, 강원 강릉 등 2곳을 차지했다.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야권의 '중간심판론'을 일정정도 견제하고 이명박 정부의 집권 2기 순항을 위해 필요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 5곳 중 3곳을 차지하고 있었던 한나라당은 의석 1개를 잃어버린 반면 민주당은 안산 상록을, 수원 장안 등 2곳을 새로 얻었다. 단순 차이로 두 당 사이에 의석 3개의 차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단순 의석수 변화를 넘어 수도권 완승, 중원 확보라는 성과를 얻은 반면 한나라당은 '현상 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한나라당은 비록 완승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야당의 강력한 견제를 뿌리쳤고 재보선에서 '여당의 완패'라는 징크스를 깼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3승 2패가 아닌 2승 3패는 사실상 패배"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통적으로 재보선에서 여당이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이번 결과는 국정지지도율의 상승 등 호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재보선 책임론이 불거지며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당 혁신 주장과 조기전당대회 개최 등을 통한 지도부 개편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 총선', '내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이라 불린 이번 재보선에서 여야는 어느 한쪽을 압도적으로 제압하지 못했다. 따라서 여야는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보다 치열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양측 모두 내년 지방선거와 향후 총선·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결과에 상관없이 △행정구역·선거구제 개편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위한 개헌 △집권 2기 안착 등을 중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종시 수정 추진, 4대강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전망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친 정몽준 대표는 최악의 경우인 '완패'를 벗어났지만 기대를 밑도는 결과에 따라 영향력 확대를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일단 절반의 승리로 당내 조기전대론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치적 역량을 확대할 기회를 확보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던 안산 상록을에서 패배했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곳이지만 진보진영의 막판 후보 단일화 실패 등 변수가 발생하며 희망을 걸었던 곳이다. 친서민 정책 등으로 크게 떨어졌던 수도권 지지율이 회복되는 가운데 내심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비록 진보진영이 막판 단일화에 실패하며 적전 분열양상을 보였지만 이 지역 야성(野性)의 높은 벽을 넘는 데 실패했다.

수원 장안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승리에 올인한 지역이다. 특히 정몽준 대표는 연일 이 지역 유세에 나서며 대표 취임 후 최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이 지역 전략공천을 요구받았던 민주당 손학규 고문은 정치활동 부활을 꿈꾸며 이 지역 승리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특히 정몽준 대표는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첫번째 치른 이번 재보선에서 수도권 민심얻기에 성공할 경우 당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한나라당은 충북 5군(진천·증평·괴산·음성)의 패배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는 반응이지만 어떻게 후폭풍이 이어질 지 긴장하고 있다. 이 지역은 세종시 수정 논란 등으로 달라진 충북권 민심을 확인하는 잣대였기 때문. 민주당 등 야당은 이 지역 재보선에서 세종시 수정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의지에 충청권 민심의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충청권은 총선과 대선에서 전통적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지역이어서 이번 패배가 더욱 뼈아프다.

경남 양산은 강원 강릉과 더불어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지만 막판 야권의 맹추격에 내심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던 곳이다. 자칫 당 최고직을 거친 박희태 전 대표가 패배할 경우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됐지만 승리함에 따라 우려를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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