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집행유예 선고, 재판부 판단 배경은

머니투데이 김선주 기자 2009.10.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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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줄기세포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황우석 박사에게 일부 무죄를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황 박사가 논문을 조작해 기업체 등으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타냈는지, 지원금을 빼돌려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황 박사가 논문 내용 일부를 조작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농협 등 기업체로부터 20억원의 후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가 이날 주요 쟁점이었던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를 무죄로 결론 낸 것은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범의(犯意)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황 박사가 농협과 SK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당시인 2004년에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연구내용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돈을 가로챌 '사취'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재판부가 2억4000여만원의 정부지원금 등을 가로채고 5억9000여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황 박사는 도덕성에 상처를 입게 됐다. 재판부는 "황 박사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돈을 관리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불법 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범죄 의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횡령액수가 5억원을 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검찰에서 단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하는 바람에 법원이 임의로 피고인에 대해 불이익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며 검찰의 기소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난자를 불법 매매한 혐의(생명윤리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했다. 학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연구용 난자 뒷거래' 행위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연구를 하더라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필연적으로 윤리적 문제가 뒤따르는 인간난자를 이용할 때는 이 점을 더욱 유의하라"고 주문했다. 공익을 목적으로 한 연구라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는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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