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아파트' 당첨 주문까지… 청약장 풍경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10.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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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금자리주택 일반청약 접수장

'로또아파트' 당첨 주문까지… 청약장 풍경


-26일 보금자리 일반공급 첫날 88체육관 접수장 '한산'
-2000여명 인터넷 접수, 현장접수는 400여명에 그쳐


보금자리주택 일반공급 사전예약 첫날인 26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88체육관은 한산했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접수가 이뤄져서다.



이날 오후 3시까지 KBS 88체육관에는 약 400여 명이 다녀갔다. 이중 서울 강남, 서초에 약 300여 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현장접수자들은 인터넷 청약이 어려운 노인, 50대 이상 중년부부가 대부분이었다. 문의, 상담을 위해 방문한 강서구 인근 주민들도 있었다.



단지별로는 특별공급과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 A1단지의 인기가 높았다. 근린공원이 인접해 녹지가 많은 A2단지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상가시설이 가까운 A1단지가 생활하기 편리할 것이라 판단에서다.

이날 접수는 청약저축 1순위 1200만원 이상 납입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강남에는 청약저축 2500만원 이상 고액납입자도 청약했다.

◇'로또아파트'에 대한 꿈, 당첨기원 이색풍경=이날 오전 KBS 88체육관 현장 접수장에는 한 중년남성이 당첨을 기원하는 주문을 외우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등 작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장직원의 제지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이를 궁금히 여긴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접수장은 한동안 웅성거렸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기 위한 염원이 빚은 해프닝이었다.


당첨을 위해 일부러 현장접수장까지 온 청약자도 있었다. 김희철씨(56·고덕동)는 "어젯밤에 황금명함 3장을 받는 꿈을 꿨다"며 "내 손으로 서류를 써내야 당첨될 것 같아 멀리서 왔다"고 말했다.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계층이 현장접수를 이용하는 만큼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가방에서 조심스레 청약부금통장을 꺼내놓으며 기자에게 청약방법을 묻는가하면, "어디에 청약해야 당첨확률이 높으냐""한 곳만 찍어달라"고 조르는 사람들도 있어 LH공사직원과 상담사들을 당황케 했다.

현장상담사는 "애초에 보금자리 청약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 헛걸음을 하고 돌아간 경우가 여러차례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로또아파트' 당첨 주문까지… 청약장 풍경
◇"반값도 버거워" 한숨 느는 사람들=특별공급 청약자 중에는 일반공급에도 신청할지 눈치전략을 펴는 사람도 있다. 내년 보금자리2차 내곡, 세곡2지구와 위례신도시 물량이 있어 기회가 많기 때문.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청약한 한 방문자는 경쟁률을 보고 접수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당첨이 돼도 걱정인 사람들이 있다. 강서구 등촌주공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미영씨(48·가명)는 "남편이 총각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부은 2400만원짜리 청약저축이 있는데 당첨돼도 대출이자 부담에 강남 전용면적 59㎡에 신청했다"고 아쉬워했다.

보금자리주택 서울 강남,서초 59㎡의 경우 분양가는 2억5000만원, 74㎡는 3억5000만원 수준이다. 시중 은행에서 5%의 금리로 2억 원을 대출받으면 한 달에 80만원 의 이자를 내야한다. 김씨는 "반값은 정말 싸죠. 하지만 서민은 그 반값도 힘들어요."라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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