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드라마였다. 어제(24일) 한국시리즈 7차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아 타이거즈는 9회말 터진 역전 홈런으로 기적같이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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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기아차 (105,600원 ▲2,100 +2.03%) 3분기 실적 발표회장. 당기순이익 4020억원, 사상 최대 규모였다. 아직 형(현대차)에는 못 미치지만 형의 발목을 잡는 동생이란 꼬리표를 보기 좋게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드라마의 서막은 이렇게 막이 올랐던 셈.
10여 년이 지난 지금 쇠락의 길을 함께 걸었던 두 동반자는 부활의 길에서 다시 길동무가 됐다. 한솥밥을 먹은 지 8년 만이다. 2001년 기아차가 당시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했다.
조 감독은 모래알 같던 타이거즈의 분위기를 바꿔놨고 이를 발판으로 올 시즌 내내 질 것 같던 경기를 역전승으로 일궈냈다.
정 부회장 역시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하면서 기아차의 부족한 2%를 메웠다. 아우디 출신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부사장을 영입했고 그가 내놓은 쏘울과 포르테, 로체 이노베이션은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 부활의 디딤돌을 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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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우승 축하연에서 “이렇게 우승을 해 주시니 자동차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기아타이거즈 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차도 포효할 것임을 내비쳤다.
정 부회장은 축사에서 "진심으로 정말 고맙다는 의미에서 제가 인사를 하겠습니다"라며 갑자기 허리를 숙여 절을 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야구단 창단때 KIA 자동차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 어려움을 딛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야구단의 존재와 우승 성과가 제일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좋은 결과 내줘 KIA 식구들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자신감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 야구단처럼 KIA 자동차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이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 밑에서 십여년간 혹독한 수업을 거쳐 명장의 반열에 올랐듯이 정 부회장도 한때 부진했던 기아차의 감독에서 연달아 히트작을 이어가는 글로벌 명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