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민유성과 '글로벌 IB' 그리고 GM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10.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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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銀, 28일 산은지주 출범식서 GM압박카드 내놓을 듯

[현장클릭]민유성과 '글로벌 IB' 그리고 GM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민유성 행장을 칭찬했습니다. GM대우 문제와 관련, 대주주인 GM과 협상을 잘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죠.

한 의원은 "산은이 GM대우에 대해 비교적 잘 대처를 하고 있다"며 민 행장을 치켜세웠습니다.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 가장 민감한 이슈에 대해 칭찬을 받아선지 이틀이 지난 22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난 민 행장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그동안 대우건설 매각 등 각종 현안 때문에 답답해하던 그에게서 여유 있는 모습까지 봤습니다.



민 행장은 이날 기자에게 "23일 GM대우 유상증자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소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지켜보자"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한국에도 성공적인 글로벌 투자은행이 나올 수 있다"며 한국형 CIB(상업·투자은행) 모델을 강조했습니다. 곧 출범할 산은금융지주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겠죠. 그는 산은지주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민 행장의 표정을 다시 어둡게 할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GM이 산은의 요구사항엔 함구하면서도 GM대우의 유상증자 실권 주 전량을 인수키로 한 것입니다. GM은 당초 2500억 원어치만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는 물론 산은 내부에서도 뜻밖의 일이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일인데 국면전환용 카드 같다"며 "유증 금액 납입 마감일인 27일까지 지켜보면서 어떤 의도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민 행장은 그동안 GM대우의 유상증자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익 시현이 가능한 수준의 생산량 확보와 신차 개발참여, 지적재산권의 소유권 확보, 경영참여 강화 등의 요구 사항을 내놨습니다. GM이 이를 받아들여야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인거죠. 민 행장이 이처럼 GM에 원칙을 세우며 강경 태도를 보이는 것은 GM대우 문제가 최대주주의 무책임으로 법정관리를 받게 된 쌍용자동차 사태처럼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섭니다.

GM의 이번 유증 전량 매수는 산은이 그동안 강도 높은 압박을 했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민 행장의 머리는 복잡해졌습니다. GM이 GM대우 신주 1억6268만9346주 전량을 인수, 지분율이 70.1%로 크게 늘어섭니다. 산은은 17%로 축소됐습니다. GM이 산은을 이제 압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은은 지분이 25% 이하로 줄어 GM대우 이사회에 파견한 이사 3명 모두를 철수시켜야 합니다. 이는 GM이 GM대우 공장 폐쇄와 이전 등 경영상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산은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곧바로 결정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합니다.

국감에서 한 의원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GM과 정면승부해서 승산이 있느냐"며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게 너무 세게 붙지 마라"고 민 행장에게 조언했습니다. 바로 이번 GM의 유증 전량 매수와 같은 변수를 조심하라는 의미죠.



민 행장은 오는 28일 산은지주 출범식에서 산은의 글로벌 IB에 대한 비전과 포부를 밝힐 예정입니다. 민 행장은 GM의 유증 금액 납입을 지켜본 후 출범식에서 GM에 대한 압박카드를 다시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IB를 꿈꾸는 민 행장이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의 두뇌게임을 앞으로 어떤 식으로 풀어갈 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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