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원은 "산은이 GM대우에 대해 비교적 잘 대처를 하고 있다"며 민 행장을 치켜세웠습니다.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 가장 민감한 이슈에 대해 칭찬을 받아선지 이틀이 지난 22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난 민 행장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그동안 대우건설 매각 등 각종 현안 때문에 답답해하던 그에게서 여유 있는 모습까지 봤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민 행장의 표정을 다시 어둡게 할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GM이 산은의 요구사항엔 함구하면서도 GM대우의 유상증자 실권 주 전량을 인수키로 한 것입니다. GM은 당초 2500억 원어치만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 행장은 그동안 GM대우의 유상증자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익 시현이 가능한 수준의 생산량 확보와 신차 개발참여, 지적재산권의 소유권 확보, 경영참여 강화 등의 요구 사항을 내놨습니다. GM이 이를 받아들여야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인거죠. 민 행장이 이처럼 GM에 원칙을 세우며 강경 태도를 보이는 것은 GM대우 문제가 최대주주의 무책임으로 법정관리를 받게 된 쌍용자동차 사태처럼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섭니다.
GM의 이번 유증 전량 매수는 산은이 그동안 강도 높은 압박을 했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민 행장의 머리는 복잡해졌습니다. GM이 GM대우 신주 1억6268만9346주 전량을 인수, 지분율이 70.1%로 크게 늘어섭니다. 산은은 17%로 축소됐습니다. GM이 산은을 이제 압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산은은 지분이 25% 이하로 줄어 GM대우 이사회에 파견한 이사 3명 모두를 철수시켜야 합니다. 이는 GM이 GM대우 공장 폐쇄와 이전 등 경영상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산은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곧바로 결정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합니다.
국감에서 한 의원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GM과 정면승부해서 승산이 있느냐"며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게 너무 세게 붙지 마라"고 민 행장에게 조언했습니다. 바로 이번 GM의 유증 전량 매수와 같은 변수를 조심하라는 의미죠.
민 행장은 오는 28일 산은지주 출범식에서 산은의 글로벌 IB에 대한 비전과 포부를 밝힐 예정입니다. 민 행장은 GM의 유증 금액 납입을 지켜본 후 출범식에서 GM에 대한 압박카드를 다시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IB를 꿈꾸는 민 행장이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의 두뇌게임을 앞으로 어떤 식으로 풀어갈 지 자못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