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어음할인 시장, 찬바람 부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10.2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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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전자어음 의무화 앞두고 어음할인 대체할 영업수단 모색

명동 사채시장 내 어음할인 영업규모가 큰폭으로 줄고 있다. 다음달 전자어음 발행 의무화를 앞두고 종이어음 발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서다. 경기악화로 대출사고 마저 늘고 있어 명동에선 어음할인을 대체할 '꺼리'를 찾기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전자어음 의무화로 할인시장 경색=지난 4월 국회에서 통과된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11월부터 자산 100억원 이상 기업이나 상장사 등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약속어음을 반드시 전자어음 형태로 발행해야 한다. 만약 외감법인이 전자어음이 아닌 종이어음을 발행할 경우 종이어음 한장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명동 관계자는 "일단 외감 대상이 아닌 소규모 법인을 중심으로 어음할인 시장이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음할인 시장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팩토링 영업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명동의 영업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명동에선 이번 전자어음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지난 2005년 채권 등록발행제 시행 이후 명동 채권시장이 이전의 10분의 1수준으로 축소된 악몽을 떠올리는 모습이다. 채권 전자발행으로 종이채권 거래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명동 사채시장 내 전체 매출이 이전보다 30% 가량 줄어든 기억 때문에 전자어음 시행을 앞두고 현재 명동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명동 관계자는 "이미 어음거래 물량은 대폭 감소세"라며 "업자들은 인수합병(M&A) 중개나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해 보려 하지만 어음할인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중개수수료 올려가며 대출건 확보 경쟁=이에 따라 대출 중개업자들의 몸값은 상승세다. 대출 건 확보를 위한 사채업자들의 물밑경쟁이 뜨겁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전주들은 직접 중개업자들을 방문해 대폭 인상된 중개수수료율을 제시하며 우량한 대출건을 넘겨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중개업자는 "최근 들어 안부를 묻는 어음 할인업자들의 연락이 크게 늘었다"며 "사실은 괜찮은 대출건이 있으면 연결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라 어음할인 영업 감소로 인한 업자들의 고충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명동에선 일단 연말까지는 잔고증명 영업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최근 들어 잔고증명 사고가 늘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재무상태가 악화된 기업들이 잔고증명 용도로 대출받은 자금을 증자나 차환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명동 관계자는 "잔고증명 사고가 속출하다보니 철저한 신원확인과 인맥을 통한 확인작업을 거친 뒤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연말 잔고증명 매출이 전년보다 4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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