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GM,서로 압박(?)…득실과 전략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10.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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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은행 압박 통했다" GM "성의보였다..지원 우회요청"

↑ 민유성 산업은행장(左)과 프리츠 헨더슨 GM사장↑ 민유성 산업은행장(左)과 프리츠 헨더슨 GM사장


제너럴 모터스(GM)가 GM대우의 유상증자 실권주 전량 인수를 결정한 가운데 산업은행과 민유성 행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산은은 GM의 4912억원 자금 투입이 긍정적이지만 국면전환용 카드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민 행장도 GM측의 협조 없는 금융지원은 절대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서로 압박 중?…힘센 이는= GM이 유증 물량을 전부 인수, 4912억 원을 지원키로 해 GM대우의 급한 불은 꺼졌다. GM대우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상하이 자동차, 스즈키 등 다른 주주들은 유증에 참여하지 않았다.

산은은 일단 은행쪽 압박이 GM의 이번 실권주 전량 인수를 이끌어냈다는 자평을 내놓고 있다. GM과의 기 싸움에서 산은이 일단 기선을 제압했다는 것. 산은 관계자는 "최종 납입일인 27일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산은에서 계속 압박하니까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결정한 것 같다"며 "이번 청약은 일단 GM대우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의 압박으로 GM이 결국 유증 규모를 대폭 늘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이번 유증으로 GM의 GM대우차 지분율은 50.9%에서 70.1%로 높아진다. GM이 이번 유상증자에서 실권주까지 모두 인수한 것은 산업은행에 대한 우회적인 압박의 의미도 담겨있는 셈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GM대우차를 버리지 않겠다는 GM의 의지를 보여줬으니 산은도 이제 지원에 나서라는 요구를 해 올 공산이 크다.

GM쪽 닉 라일리 사장(해외사업부문)도 "필요하다면 보다 장기적 차원의 추가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의 지원에 따라 다음 행보가 결정될 수 있다는 복선을 깐 것.

산은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사실 이번 GM의 유증 전량 인수는 예상치 못한 일인데 GM의 정확한 의도는 계속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GM성의 끌어낸 민유성 다음 카드는?= 지난 14일 프리츠 헨더슨 사장이 방한할 때만 해도 GM대우 문제에 대한 해법에 기대가 모아졌다. 헨더슨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헨더슨 사장 방한 이후 갈등만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GM은 만기가 돌아온 대출금을 곧바로 회수하는 등 산은과 긴 싸움을 예고했다.

GM의 지분율 상승으로 산은의 입지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 행장이 대출 회수 등 자금 압박 카드를 들이밀기엔 목소리가 너무 작아지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지난 20일 국감 현장에서 이와 관련된 지적이 나왔다. 한 의원은 완급 조절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 격돌하면 나중에 오히려 손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산은의 지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협상이 불리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 행장은 여전히 GM대우가 경쟁력을 갖춘다면 독자생존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GM대우가 장기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있지만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나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 행장의 압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GM이 GM대우의 장기생존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아서다. GM쪽이 어느 정도 성의를 표했지만 유증 참여 규모만 예상보다 늘어났을 뿐 산은의 요구사항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민 행장은 앞으로 1년 반 동안 만기가 도래하는 약 6조원 규모의 선물환계약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산은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이상 이들의 기 싸움은 계속 될 것"이라며 "돈줄을 쥐고 있는 산은과 GM의 머리싸움은 이제부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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