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22일(15:1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맥쿼리가 결국 메가박스 유찰을 선택했다.
SK그룹은 SK네트웍스 (4,875원 ▼625 -11.36%)를 인수주체로 내세워 메가박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메가박스 인수의지가 크지 않아 인수과정에서 실무진과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경우 인수 초기 단계부터 메가박스의 수익성과 장래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며 "보수적인 밸류에이션 관점을 가지고 인수를 검토하다 보니 실무진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의지는 곧 인수가격과 직결됐다. SK측은 예비실사 결과 메가박스의 매물가치를 2000억 원 미만으로 평가했다. 메가박스의 수익성이 해마다 악화되고 있고 경쟁사의 선점 때문에 신규 상영관을 늘리는 일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맥쿼리가 예비실사 과정에서 주요 직영점의 임대차계약서 등 주요 경영사항을 상당부분 공개하지 않은 점도 가격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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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SK네트웍스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2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맥쿼리펀드가 지난 2007년 메가박스를 인수할 당시 지불했던 2800억원을 크게 밑도는 가격이다.
맥쿼리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경우 맥쿼리펀드의 주요 투자자(LP)인 행정공제회와 군인공제회, 국민연금 등이 국정감사에서 곤욕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맥쿼리의 상황을 고려할 때 SK의 보수적인 가격 제안은 곧 유찰 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SK가 맥쿼리의 신용을 잃었다는 점도 인수전 탈락의 빌미가 됐다. 맥쿼리 측이 입찰제안서를 한참 검토하고 있던 시기 SK측에서 우선협상자 선정 소식이 터져 나왔다. 메가박스 M&A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내 우선협상자 선정 발표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해 SK측에서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M&A 관계자는 "인수합병 거래는 상호 신뢰가 생명인데 SK가 큰 실수를 했다"며 "향후 다른 딜에도 SK의 이런 평판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메가박스 M&A는 맥쿼리에게 고가인수에 따른 부담을 남겼으며, SK에게는 그룹 사이즈에 걸맞지 않은 서툰 M&A 실력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