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올리는 DTI, '골병드는 서민'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10.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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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활황… 주변 아파트 시세로 확산 우려

분양가 올리는 DTI, '골병드는 서민'


총부채상환율(DTI) 규제가 강남발(發) 집값 급등세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신규아파트 분양가를 높여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DTI규제를 피한 신규아파트 분양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분양가가 높아지고 주변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도권까지 확대된 DTI규제는 일단 강남·송파·서초·강동 등 강남4구 재건축아파트값 급등세에 제동을 걸었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아파트 시가총액은 DTI 규제전 한달 동안 2조5000억원 늘어났지만 규제후 15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은경 부동산1번지 팀장은 "최근 재건축아파트값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올 봄부터 오름폭이 커서 실제 수치상 가격이 하락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재건축을 제외하면 기존 아파트값은 아직 오르는 곳이 많아 하락폭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재건축아파트 거래가 주춤해진 대신 신규분양시장에는 청약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14일 청약접수를 받은 '래미안 공덕5차'는 34가구 공급에 1086명이 신청해 평균 3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소형 주택형은 최고 1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중대형인 113㎡도 28가구 모집에 131명이 접수해 4.7대1의 청약률로 마감됐다. 공덕동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중대형 경쟁률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공덕동도 한차례 상향조정될 조짐이 보인다"고 내다봤다.

분양가 올리는 DTI, '골병드는 서민'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최근 고분양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인·허가 과정에서 승인받은 상한선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큰 규제가 없다"며 "주변에 동시에 분양하는 단지와 경쟁하다보면 가격은 내릴 수 없고 고분양가 단지에도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분양가를 조금 높여도 용인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달 분양하는 현대산업개발의 고덕동 고덕아이파크와 현대건설의 광장동 광장힐스테이트는 3.3㎡ 당 평균 2500만원에 각각 분양가가 책정됐다. 고덕아이파크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조합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분양가를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장힐스테이트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처음 적용된 물량임에도 분양가가 비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감정평가액을 합산해 분양가를 산정한 것이라 비싸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 시세 자체가 이렇다"고 설명했다.

주택 실수요자들은 내집마련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청약대기자는 "소득이 많지 않고 신용이 탄탄하지 않은 중산층의 경우 집단대출이 가능한 신규분양밖에 대안이 없는데 경쟁률이 높아 당첨되기도 어렵다"며 "분양가가 높아도 수요가 몰리는 걸 보니 지금 청약하지 않으면 아파트값이 더 오르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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