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이어 유가도 들썩 "증시 이중고"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10.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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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80불 근접..기업 4Q 실적 부담 가중

증시가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마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켜 가뜩이나 우려가 팽배해져 있는 4분기 실적의 둔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원달러 환율은 하락 속도가 둔화되고 투자자들도 원화강세를 받아들이는 상황이지만 유가는 갑작스러운 변수여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6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지난주말 배럴당 78.53달러를 기록했다. 60달러 중반에서 70달러 중반의 박스권을 형성하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7일 연속 상승하며 75달러를 넘어 연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2008년과 같은 초고유가 상황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상승 추세는 지속되면서 8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채현기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 배경으로는 유가와 역(逆)의 관계에 있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 세계 증시 회복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 고조,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 상향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과 같은 급등세는 실수요 회복에 기반되지 않았을 뿐더러, 유가의 급등세를 저지할 만한 요인들이 많아 2008년과 같은 초고유가 현상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4분기 계절적 수요 증대 및 경기 회복 기대감 유효로 중장기적으로 상승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가 80불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유가가 80불을 상회할 때 증시의 탄력이 떨어졌고 무역수지도 적자로 전환됐다는 점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을 일부 완충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80달러 이상으로의 유가급등은 분명 과거 증시에서 주가의 추가 상승을 가로막고 무역수지 흑자도 축소조정되는 수준이었다"며 "임계치를 넘어서는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를 약화시켜서 미국 증시에 뒤떨어지는 부진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속도가 완화될 때가 됐고 금융시장 참여자들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이에 비하면 유가의 80달러대 진입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새
로운 충격이어서 유가가 80달러대에 진입하면 한국 증시의 상대부진 현상을 탈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유가가 오르면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기업들의 달러 수요도 많아져 급락하던 환율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유가와 환율을 평균 개념으로 보면 두 변수 모두 4분기에는 기업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신증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평균 환율은 1364원, 평균 유가는 58달러였지만 현재는 환율 1168원, 유가 73달러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와 환율의 변화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의 하락과 함께 경기선행지수의 전년동월비 증가율을 둔화시킬 것"이라며 "이미 기업실적 전망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의 악화를 반영해 9월말을 고점으로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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