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특판예금 100조원, 어떻게 굴릴까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9.10.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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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섹시맘의 재테크 다이어리

'10월 대첩'의 막이 올랐다. 요즘 금융권에선 만기가 돌아오는 고금리 특판 예금을 둘러싼 전투가 치열하다. 무려 100조원 규모의 은행권 정기예금이 4분기 만기가 돌아온다.

때문에 예금 유치를 위해 금융사마다 앞 다퉈 투자자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내지만, 투자자들은 마냥 웃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만기 특판예금 100조원, 어떻게 굴릴까


"겨우 4% 중반의 금리에 어떻게 만족해요? 6~7%대 금리 받던, 아 옛날이 그립네요." (네티즌 A)

"경기가 살아난다지만 잘 모르겠어요. 체감 경기는 아직도 냉골인데 주식시장에 다시 들어가기 겁납니다." (네티즌 B)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만기 도래 자금을 어디로 보내는 게 가장 현명한 것일까? 재테크 전문가 4인이 추천하는 투자처를 소개한다.

◆ 이관석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부장
"안전과 고수익, 두 마리 토끼 잡는 예금의 기술"


"현재의 예금 금리로는 만족 못한다고요?"


이관석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부장은 안전하면서도 '예금+&'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재테크 비법 두가지를 소개했다.

이 팀장은 먼저 자금의 규모가 크고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안전하게 추구하고 싶다면 '원금+이자'를 분리 운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른바 개인이 직접 원금보존이 되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예금(ELD)을 운용하는 식이다.



이 팀장은 "예컨대 지난해 1억원을 7%대 정기예금에 넣었다면 세후 예금이자가 600만원 정도될 텐데, 여기서 원금은 다시 정기예금(안전자산)에 예치하고 나머지 이자를 투자상품(ELS,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은 최소한 원금은 보전하면서도 지난해 특판 예금 못지않은 고금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항상 안전한 정기예금만 매년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저축보험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1년짜리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오면 또 다시 예금 상품 중 적당한 것을 골라 예금하는 식으로 매년 정기예금을 재예치하는 고객들이 있는데, 오랫동안 예금을 유지할 생각이라면 세금 없이 공시 금리가 높은 저축보험에 장기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이율 5%대 수준의 비교적 높은 금리에다 10년 이상이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저축보험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펀드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경우라면 "해외보다 국내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라"고 조언했다. 특히 국내펀드 가운데서도 장기 투자할 계획이라면 '가치형'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내년부터는 공모펀드에 대해서도 거래세(0.3%)를 매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주식 매매가 잦은 성장형에 비해 진득하게 묻어두는 가치형펀드가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정걸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
"브라질ㆍ인도 '뜨는 신흥국' 주목"


"2016년 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브라질' 투자 어때요?"



이종걸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은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그간 자금이 몰렸던 국내와 중국에서 비중을 조절해 금융위기의 회복 속도가 빠른 브라질과 인도 등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브라질은 올림픽 개최 등 성장 가능성이 높고, 인도는 인구가 많으면서 아직 자본시장의 투자 비중이 낮아 갈수록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 지나치게 펀드에 올인하지 말고 시장의 변동성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자금만 투자하라고 당부했다.

이정걸 팀장은 또 "자산의 절반 이상은 안전자산으로 가져갈 것"을 제안했다.



이 팀장은 "출구전략 시행이 논의되는 지금은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소득과 나이, 투자 목적에 맞게 금융상품을 고르되, 최소 자신의 나이('100-나이' 법칙: 100에서 나이를 뺀 비율만큼 투자자산에 투자)만큼은 안전자산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안전자산으로는 "시중 금리보다 조금 높은 특판 상품을 눈여겨보라"고 말했다.

◆임상빈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
"원자재 투자, 주공격수로"


"원자재가 '대안'에서 주 공격수로 부상할 수 있다."



임상빈 과장은 "현재 글로벌 시장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기 회복을 자신하기 어렵다"면서 "더블딥과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원자재가 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따라서 "천연가스, 농산물, 원유 등과 같은 실물 투자를 적극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투자의 방법으로는 실물을 직접 사들이는 것은 보관이나 관리, 유통 등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파생결합증권(ETN, Exchange Traded Note)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TN은 선물 투자의 주 위험 요소로 지적되는 롤 오버(만기의 선물을 매도한 후 만기 도래 시 다음달 만기의 선물거래로 포지션을 전환하는 거래)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과장은 또한 안전 자산을 선호한다면 "만기 6개월에서 1년짜리 CP(기업어음)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연 6%대 수익의 상품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정범식 삼성증권 리테일채권파트장
"절세형 국공채, 정기예금 대비 0.7~2.0% 초과수익 가능"


"지금이 중장기 채권 가입의 적기다. 향후 금리가 오르더라도 단기와는 달리 3년 이상 중장기 채권의 수익은 지금보다 올라가기보다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범식 삼성증권 리테일채권파트장은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는 높은 안정성과 뛰어난 절세효과, 정기예금대비 초과수익(70~200bp)을 얻을 수 있는 절세형 국공채 투자가 고객들에게 좋은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실제로 물가연동채(물가0275-1703, 세전 6.32%, 만기 7년6개월), 국민주택2종(09-08, 세전 5.92%, 만기 9년11개월) 등 국공채의 경우 표면금리가 낮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채권투자로 분리과세 또는 비과세를 적용 받으면 각각 은행환산세전수익률 7.08%, 7.47%로, 은행권 대비 연 2%포인트 이상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만기가 길다는 점을 그리 우려할 필요도 없다.



정 리테일채권파트장은 "채권투자자들이 다시 되팔고 싶을 때 국공채와 우량회사채를 중심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매수해 주는 마켓메이킹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만기까지 채권에 돈이 묶이지 않고 유리할 때 현금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자소득은 물론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까지 실현할 수 있다는 것. 정 파트장은 "은행적금의 경우 중도해지 시 이자소득을 거의 기대할 수 없지만, 채권은 유동성을 부여해주면 만기 3~5년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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