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전기차의 꿈, 환상을 깨라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10.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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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현실화 어려워...하이브리드 등 여러 그린카 모델 개발이 우선"

기름 한 방울 없이 달리는 꿈의 미래형 자동차,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모터쇼에서는 전기 콘셉트카가 쏟아져 나오고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치고 전기차 양산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업체를 찾기 어렵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전기차 산업 육성 의지를 밝히면서 전기차는 새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위 '전기차 테마주'의 주가가 들썩이고 일반인에게는 생소했던 전기차 업체도 회자된다.



하지만 업계는 전기차가 실제 상용화되기까지는 배터리 용량과 가격 문제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외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형식의 그린카 개발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중 기술원리가 가장 간단한 모델은 전기차다. 이기상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상무는 "이미 하이브리드 기술 선점을 토요타 등에 뺏긴 유럽과 미국 업체들이 전기차를 내세우는 건 '2류 브랜드' 이미지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며 "르노 등 여타 기업들도 속으로는 하이브리드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물론 당장 시판되는 것도 가능하다. 시속 60km의 전기차량이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이 정비되면 골프 카트용 전기차를 만들던 중견업체 CT&T가 당장 도심형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

CT&T는 월드스타 '비'를 홍보대사로 내세우고 전기차업체로는 이례적으로 동경모터쇼 참가를 준비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비가 주주로도 참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가 최대주주로 있는 제이튠엔터 (44,650원 ▼50 -0.11%)테인먼트를 통한 우회상장설까지 나돌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CT&T는 SK에너지 (111,000원 ▼1,700 -1.51%)와 향후 장착될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과 관련한 공동 연구 협약을 맺고 장기적으로 4500여 개 SK주유소에 급속 충전소도 설치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가격은 준중형차급인데 비해 기존 납축전지로는 최고시속 60km에 한번 충전으로 100km정도 운행할 수 있어 실제 판매대수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최초 양산 전기차 모델인 미쓰비시의 '아이미브'(리튬이온 배터리 장착) 역시 한번 충전으로 160km 주행이 한계인데다 일본 현지가격 6000여만원 중 4000~5000만원이 배터리 관련 부품 가격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의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에어컨 등 여타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정속주행만을 했을 때 나오는 수치인 경우가 많다"며 "실제 운전에서는 발표된 거리의 절반도 못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가격도 현재의 10분의 1이하로 떨어져야 본격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기술에서 획기적인 혁신이 있지 않으면 전기차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며 "2020년이 되도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현대차 연구개발 담당자는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서 나온 수많은 전기 콘셉트카들을 다 살펴봤지만 대다수 모델은 말 그대로 콘셉트카일 뿐 충전기를 꼽는 구멍도 없었다"며 "하이브리드 기술 없는 전기차는 현재로서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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