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같았죠" 검은 헤지펀드 대리인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9.10.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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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헤지펀드](하-3) 돈될땐 발톱, 안될땐 발뺌

 "투명인간과 얘기하는 것같았습니다. 대리인이 한참 딜을 진행하다가 약속을 어긴 뒤 `나는 권한이 없다'고 발뺌하는 게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이볼루션과 분쟁 중 회사를 옮긴 B사 전 임원)

 "외국펀드에 못된 방법을 가르치며 수수료를 버는 천민자본주의의 앞잡이입니다."(B사 또다른 임원)



 검은 헤지펀드에 당한 상장사들이 괴로워 하는 부분이 바로 `대리인의 구두계약'이다. 검은 헤지펀드는 본사 직원이 직접 나서서 영업하는 게 아니라 `대리인'으로 불리는 사람을 앞세워 모든 일을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전주의 실체를 해당 기업이 알기 어려운 것은 물론 구두약속을 번복해도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검은 헤지펀드가 앞세우는 대리인은 상임대리인ㆍ법률대리인ㆍ실무대리인 3가지로 나뉜다. 악역은 주로 실무대리인이 맡으며 본사는 이들 뒤에 숨어서 이들을 지휘한다. 상임대리인은 증권회사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유가증권 발행주관을 맡는다. 외화로 발행되는 BW수수료는 일반 증자건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증권사들이 앞장서서 영업에 나서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법률대리인은 법률사무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인으로 서정, 김&장, 리인터내셔널 등 쟁쟁한 법무법인을 두고 있다. 실무대리인은 투자를 받는 상장사와 계약실무를 담당하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 컨설턴트로 불리지만 소속이 불분명하고 명함에 전화번호 정도만 기재할 정도로 신분을 숨기며 실무 악역을 떠맡는다. 계약상담, 체결, 대급수발 등 실무과정을 도맡는다. 분쟁에 휘말리거나 구두약속을 어길 경우 법적권한이 없다고 물러선다.

 분쟁이 생기면 최후수단으로 법정을 찾는 경우가 있지만 상대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대형 법무법인으로 무장한데다 대리인을 앞세워 법의 보호가 취약한 구두계약과 법의 보호가 확실한 서면계약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활용하는 탓이다.

 박철수 법무법인 이수 변호사는 "협상과정에서 합법적인 권한을 가진 대리인인지 확인하지 않고 협상한 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계약서와 반대되는 구두계약을 했더라도 그 구두계약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해 권리구제를 못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A사의 경우 피터벡의 액면가 이하 리픽싱 조건과 감자 후에도 행사가액이 변하지 않는 `황금 BW' 조항 때문에 소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본부에서도 "승산이 없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K씨는 "국내시장에서 이들 헤지펀드의 투자관행은 사라져야 마땅하지만 대형 로펌들이 버티고 있어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사정으로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주로 투자하는 기업이 분쟁 중이거나 사정이 어려운 기업이고 헤지펀드와 적당히 딜을 한 뒤 탈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피해가 누적됐다.

 디초콜릿도 2007년 6월 BW를 발행한 후 대표이사가 2차례 바뀌었고 경영권도 번복 끝에 매각됐다. 피터벡이 투자한 폴켐 (0원 %)의 경우 지난해에만 대표이사가 4번 바뀌었고 올해 3월에도 대표이사가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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