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깊숙이 침투한 '독버섯' 헤지펀드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9.10.15 09:18
글자크기

[검은 헤지펀드](하-2) 법망 피하는 '음지선수'

"주식만 담보로 주면 외국펀드가 거액의 돈을 쾌척하니까. 첫 유혹은 강렬하죠. 투자유치일에 성대한 '기념식'까지 열어줬습니다"- 전 A사 임원

"한국 증시가 자금조달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사채나 악질 헤지펀드의 유혹에 시달리는 겁니다" - C사 오너



검은 헤지펀드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숙이 한국증시에 침투해 있다. 피터벡의 경우, 올해 공시된 투자사만 30개 회사가 넘고, 이중에는 알앤엘바이오 (0원 %), 동원 (5,320원 ▲345 +6.93%) 2개 코스피 기업과 5개 상장폐지기업도 포함돼 있다. 올해 DKR과 이볼루션이 투자내역을 공시한 회사도 각각 11개, 7개에 달한다.

증시 깊숙이 침투한 '독버섯' 헤지펀드


그나마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특약 등의 실체가 조금씩 엿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금시장의 사각에서 기업의 어려움을 먹고사는 음지의 자본이다. 수요기업은 명동사채를 쓰는 곳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제도금융시장에서 담보가 없으면 돈 빌리기 어려운 기업에게 자금을 쾌척하는 것으로 명동 사채시장으로 향하던 수요층을 흡수했다. 외자유치를 선망하는 한국시장에서 외자의 신분으로 활동하면서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무기로 법과 규제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얻을 것은 다 얻어가는 '교묘한 합법'영업을 하고 있다. 채권자로서 주주로서 법에 보장된 권리는 서면계약인 특약의 형태로 최대한 얻었다. 대리인을 앞세운 비밀영업으로 법이 잘 보호해주지 못하는 구두계약의 맹점까지 100% 활용하면서 많은 상장사와 개미들을 울리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갔다.

검은 헤지펀드에 대한 해당 기업의 저항은 쉽지 않다.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어려운 한계 기업이거나, 경영권 분쟁중인 복잡한 기업들인 탓도 있지만 일류 법률회사를 앞세워 계약과 관련된 법을 너무 잘 이용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투자한 기업들은 유난히 자원개발주가 많다. 연예인이나 자원개발 등 테마에 열광하는 한국 개인투자자의 묻지마 심리에 기생하고 있다는 단면이기도 하다. 검은 헤지펀드가 투자한 종목주가의 운명은 비극인 경우가 많다. 디초콜릿 (0원 %), 글로웍스 (0원 %), 세븐코스프,유비트론, 큐로홀딩스 등은 검은 헤지펀드가 투자한뒤 주가가 한번도 발행당시 주가를 넘어서지 못한채 바닥을 헤매고 있다. 주가가 크게 빠졌다가 크게 오르는 변동성이 클수록 헤지펀드의 수익은 늘어났다. 리픽싱 시점에 주가가 폭락하면 행사가액이 내려가면서 신주인수권 수는 늘어나지만, 주가가 오른다고 행사가액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써니트렌드, 에프아이투어, 에너윈, 청람디지탈, 네오리소스, 자강, 대한바이오링크, 위너스인프라 등은 한국거래소의 강력한 퇴출의지로 최근 수년간 상장폐지되면서 검은 헤지펀드의 대박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보호막은 허술해 보이지만 법안에서 교묘히 움직이는 그들을 규제해야하는지 또 어떻게 규제해야하는지 시원한 답을 찾기 힘들다. 한국의 대형기업에 투자한 외국의 거대 사모투자펀드에 대해선 여론화되고 또 직간접적인 견제장치가 작동하게 됐지만 외국 투자자본의 말단에 있는 이들 검은 헤지펀드를 견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국자본시장의 숙제로 남아있다.

한 상장사 임원은 "거래소나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에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며 "특히 이 같은 투자관행을 꿰고 있는 전문가들이 없는 점도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C사 오너는 "보통주 1년간 보호예수 같은 장치는 오히려 선량한 외국자금투자를 망설이게 만들었고, 대신 검은 헤지펀드가 BW로 판을 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엔 검은 헤지펀드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주인수권 장외매각 등 뒷거래내역과 가격, 대주주 대주, 중요 경영사안 개입 등을 공시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쉶궗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