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장관·한은 총재의 환율 프리즘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9.10.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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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어윤대 '기업투자' 주문-한은 총재 '신중론' 배경

경제계의 주요 리더들이 연이어 환율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환율 효과' 희석에 대한 우려 등을 자신의 발언 속에 녹여냈고 다양한 반향을 이끌어냈다. 금융계에서는 이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거나 소속 기관(회사)의 분발을 주문하는데 환율이라는 프리즘을 동원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왼쪽부터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왼쪽부터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환율효과 상쇄할 기업투자 필요하다
강만수 전 장관(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13일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같은 곳은 사상 최대 적자 우려마저 있었다”고 언급한데 이어 14일에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유사한 발언을 내놨다.

어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 1년 후에는 경제가 어려워지는 '더블딥'이 있을 수 있고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도 영향받을 수 있다”며 “최근 경제가 좋아진 것은 원화값이 떨어져 환율이 올라서 생긴 결과”라고 밝혔다. 환율효과 희석에 대한 우려가 담긴 말이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 개각 때부터 장관 등의 물망에 올랐고 한국은행 등을 비롯해 여러 기관의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는 현 정부내 주요 인사로 꼽힌다. 그는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올해는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대응과 출구전략을 늦추는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강 전 장관과 어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향후 위기가 재발하는 상황에 대한 사전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로 읽힌다. 또 “작년에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해서 펼친 정책에 대해 좋은 평가가 많다”는 강 전 장관의 발언은 경제 회복 등에 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인 방점은 기업을 향한다. 기업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지금은 기업들이 부채 비율에 연연할 때가 아니고 투자를 늘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강 전 장관)라고 한 언급은 전향적이고 과감한 기업 투자를 재차 주문한 것이다.


◇'경쟁사는 대비' 환율효과 환상 깨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3일 그룹 내부 회의(임원 세미나)에서긴 하지만 환율효과의 환상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율 효과로 인한 이익을 실력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것.

구 회장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LG는 3분기까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환율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며 "경기와 환율은 계절의 변화처럼 늘 바뀌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직원들에게 경계심을 가지라는 말이지만 LG의 내부 고민도 담겨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LG전자 (110,100원 ▲600 +0.55%) LG디스플레이의 실적 호조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환율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프리미엄급 제품, D램 가격 회복 등으로 실적 호조를 이어갈 수 있지만 LG전자.디스플레이는 이와 다를 수 있다는 그룹 수뇌부의 우려도 담겨있다. 실제로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지난해부터 “이익에는 좋은 이익과 나쁜 이익이 있는데 환율로 얻은 이익은 나쁜 이익”이라는 경고를 꾸준히 보내왔다.

◇금리 신중론 배경에도 환율 우려
이성태 총재는 ‘환율 효과‘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약달러에서 빚어지는 여러 혼란에 대한 우려를 포괄적으로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 9일 “경기상승을 낙관할 수 없다”면서 “4분기 이후 성장세, 선진국 경제와 원자재 시장 동향 등을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인식은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던 데서 물러서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는 4분기 이후 성장세와 원자재 시장 동향 등은 환율과 밀접한 영향이 있는 분석이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될 수도 있고 금, 원유, 곡물, 금속 등 원자재 시장은 약달러 영향권에 직접적으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에 따라 “환율 변동 속도가 너무 빠르면 경제주체들이 적응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비정상적인 변동에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해 개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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