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 "금은 좋지만 원유는 아직…"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10.13 17:25
글자크기

원자재 연동 상품 명암, 정기예금 금리 상승도 영향

은행권이 최근 출시한 원자재가격 연동 금융상품의 판매 실적이 금 관련을 제외하고는 신통치 못하다. 은행 고객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데다, 정기예금 금리가 높아지며 상대적인 매력도 약화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하이믹스(Hi-Mix) 복합예금' 27호와 28호 가운데 서부텍사스산중질유 가격과 연동하는 '안정형'의 판매 실적은 각각 10억원, 4억 9000만원에 그쳤다.



또한 부산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부은지수연동 정기예금 71차' 역시 28억 7000만원 모집돼 한도(100억원)에 못미쳤다. 이 예금은 S&P 골드만삭스 천연가스 지수와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초 원자재 관련 상품을 출시하려던 은행들도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원자재 연동 상품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어 당장 출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부산은행도 환율과 연동하는 상품을 출시했으며 원자재 연동 상품의 추가 출시는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반면 금과 연계된 은행 상품은 인기가 여전하다. 신한은행의 금 적립계좌상품인 '골드리슈'의 잔액은 9월말 8061kg으로 한달새 174kg 증가했다. 기업은행의 '윈클래스 골드뱅킹' 잔액도 지난 1일 313kg으로 9월 초에 비해 24kg 늘어났다.

원자재 상품간 온도차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행 고객들의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배경으로 꼽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원자재 관련 상품을 낯설어 해 가입을 권유하기 쉽지 않다"며 "정기예금 금리가 높아지는 추세에서 은행 고객들이 변동성이 큰 원자재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고점에 다다랐다고 보면서 정기예금 금리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금 관련 상품을 찾고 있다"며 "반면 원유나 천연가스 등 원자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문한 동양종금증권 팀장은 "원유는 경기와 이벤트에 민감하고 가격 변동성도 크다"며 "반면 금은 일일 변동폭이 원유에 비해 작고 지금 같이 달러 약세 때는 달러화 헤지 측면으로 만 봐도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초 온스 당 800달러 수준이었던 금값은 현재 1000달러선을 돌파한 상태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한때 배럴 당 150달러 가까이 올라간 뒤 급락해 현재 70달러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