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거래소 '허가주의', 다시 수면위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9.10.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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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공공기관' 해제 위한 출발점… 국회 계류중 찬반 첨예

이정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전격 사퇴로 복수거래소 허용 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복수거래소가 허용되면 정부가 올초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내세웠던 '독점 수익' 논리가 허물어져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슈가 다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 김정훈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한 복수거래소 허용 법안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이란 이름으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정무위 전체회의 의결과 법사위 심의 및 의결,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 등을 남겨두고 있다.



복수거래소 허용 법안은 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가 투자자 보호장치와 충분한 시스템을 갖췄을 경우 누구나 거래소(금융투자상품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게 한 것이 골자다. 대표 발의자인 김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거래소의 실질적인 민간 자율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거래소간 경쟁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누구든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시켜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복수 거래소 설립이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거래소도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선 반드시 복수거래소 허용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이사장이 이날 사퇴하면서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후진적 자본시장법이 선진화되도록 해달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복수거래소 허용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장 자율을 위해 거래소가 민간이어야 한다는 의견과 공공성을 감안해 공공기관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찬반 논리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김 수석부대표측은 이날 "법안 자체가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해 50% 이상으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국회 본회의 의결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허가주의 시스템이 도입되면 법리적으론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 이유로 든 '독점' 논거가 사라진다. 하지만 또 다른 거래소가 설립되기 전까진 '사실상의 독점'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복수거래소 허용은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며 "시장과 정부가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원만한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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