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헤지펀드, 당하는 건 항상 개미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9.10.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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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헤지펀드 中-1]대주후 先매도·後행사

검은 헤지펀드, 당하는 건 항상 개미


"이래서 대한민국 개미 중 돈 벌었다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헤지펀드들의 그 많은 수익은 어디서 나오는가'라는 질문에 모 상장사 임원 C씨는 "결국 100%개미"라고 말했다. 연예인ㆍ자원개발ㆍ경영권 분쟁 등을 테마로 '불기둥'이 솟는 주가를 보고 뛰어든 개미들의 돈이 결국 검은 헤지펀드의 수중으로 빠져나간다는 말이다. 그는 "자원개발을 선언한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수백억원을 가져갔지만, 성과를 낸 곳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검은 헤지펀드는 개미들의 묻지마 심리에 기생하는 면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피터벡이 투자한 코스프 (0원 %), 스멕스 (451원 ▼1,399 -75.6%), 제너비오믹스 (0원 %), 글로웍스 (0원 %), GK파워 (0원 %), 폴켐 (0원 %), 이볼루션이 투자한 큐로홀딩스 (239원 ▲1 +0.42%), 윈드스카이 (15원 ▼4 -21.1%), DKR이 투자한 유비트론 (0원 %), 엑스콘 (0원 %) 등이 자원개발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같은 원금인데 신주인수권은 2배로=과거 개미들의 경우 헤지펀드들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한다'는 공시를 '외인매수 호재'로 보고 덤벼들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론 대주한 주식 전부를 매도해 놓고 싼 값에 전환해 갚는 경우가 많았다.

헤지펀드들은 이 같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끈질기게'이용, 장기간 신주인수권을 보유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한다.



가령 상장사가 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헤지펀드는 이자와 페널티를 누적시켜가면서 '차환발행'을 유도한다. 만약 1억달러의 회사채를 상환 못해서 차환발행을 했다면, 페널티와 이자를 얹어 기본적로 10~20%의 수익을 깔고 1억 달러 규모의 신주인수권을 또 받는다. 같은 원금으로 신주인수권은 2배가 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대주주와 짜고 치는 고스톱? 〓이 때문에 '최대주주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도 나온다. 회사채 발행 등 재무행위는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헤지펀드의 압박에 밀린 경영진이 결정하곤 하는데, 이럴 경우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계속 희석될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종종 시장에서는 '개미 죽이기'라는 의혹이 발생하곤 한다. 디초콜릿의 경우에도 전 최대주주의 지분매각이 현 최대주주인 은경표,신동엽 측으로부터 의혹을 받았다. 전 최대주주 이귀분 씨와 이도형 전 회장 측은 지난 8월 51억원 규모의 BW를 피터벡에 추가로 발행했고, 시가의 6배에 주식 136만여주(3.24%)를 매각하고 떠났다.


◇주식빌린 뒤 매도, 헐값에 워런트 행사=헤지펀드들에게는 '차환발행'보다 더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전략이 있다. 바로 '대주 후 先매도·後행사'다. 행사주식이 리픽싱되는 시점이 임박하면 대주한 주식을 매도, 주가를 폭락시키면서 행사가액을 낮춘다. 이후 싼 행사가액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서 돌려주는 수법이다.

실제 2007년 하반기 B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B사 최대주주는 주식을 배정받기 위해 이볼루션에 담보로 맡긴 주식을 가져와야했다. 이볼루션은 담보로 잡은 주식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조건으로 50만주를 대주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대주한 주식 50만주를 몽땅 장내매도했다.



B사 이사의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 주식을 빌려 가면 무조건 던집니다. 주가가 추락하면 싼 값에 전환해서 갚는 '무자본·무위험'거래죠"

주가 폭락에 지친 상장사가 신주인수권 '장외매수'를 시도하면, 헤지펀드로선 횡재다. 주금을 납입할 필요도 없이 그 금액은 고스란히 차익으로 남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헤지펀드는 신주인수권을 여러 곳에 웃돈을 주고 팔아 곳곳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도 활용한다. 지난 8월 한달간 주가가 4분의 1토막난 T사의 경우, 피터벡이 신주인수권을 모 증권사 지점 등 여러 곳에 5%이하 수준에서 분할매각했고, 곳곳에서 행사물량이 터지면서 T사주가는 폭락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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