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라 부르면 갠 죽음이죠"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10.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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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창간2주년 기획/ '젊은 언니' 대표선수 김미화 씨

창간 2주년 기획특집 '젊은 오빠ㆍ젊은 언니로 살기'의 대표적인 '젊은 언니'로 방송인 김미화 씨를 섭외한 것은 9월 중순이었다. 무턱대고 전화 걸어 "누나, 인터뷰 한번 해요"라고 하자 대번에 "그럽시다"란 말이 돌아왔다.
"'선생님'이라 부르면 갠 죽음이죠"


그녀를 ‘젊은 언니, 젊은 누나’의 대표 주자로 선택한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우선 활동 중인 개그우먼 가운데 가장 선배면서도 후배들에게 여전히 ‘선생님’보다는 ‘큰 누나’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개그맨 스타를 양성한 명실상부한 개그사관학교 <개그콘서트>를 만든 것이 그녀를 누나로 만든 비결이다.

게다가 그녀는 자녀뻘 되는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에서 '열공' 중인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녀는 2001년 늦깎이로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올해 같은 학교 신문방송학 석사과정 2학기째 수업을 듣고 있다.



그녀와의 만남은 여의도 MBC 방송국에서 이뤄졌다.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오케이’를 외친 이유를 묻자 "선생님 대신 누나라고 불러서"라는 명대답이 돌아왔다. 이쯤 되면 확실히 젊은 누나다. MBC 본관 3층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후배나 방송관계자들 간에 뭐라고 불러요?



▶함께 방송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전 그냥 ‘어이 김PD!’ 이런 식이고, 후배들한테도 다 알다시피 이름을 부르죠. ‘누구누구야’ 이런 식으로. 상대의 경우는 대부분 ‘누나, 누님, 언니’라고 부르고요.

가끔 후배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바로 육두문자가 날아가요(그녀의 입에서 애교 있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상대에게 ‘난 너에게 쉬운 사람(?)이야’라는 인식을 심어주죠.

그동안 살면서 깨달은 노하우인지 모르겠지만 말이 편해지면 그만큼 가까워진다는 것을 느껴요.


물론 주변 사람들과 편해져서 생기는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에요. 한번은 까마득한 후배가 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가끔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는 경우가 있는데 친해져서 생기는 문제점들이죠. 돈이요? 빌려주기는커녕 따끔하게 혼을 냈죠. 나중에 ‘김미화 선배는 평소에는 잘해주다가 조금 언짢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는 말이 들리더군요.

하지만 호칭은 인간관계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경험해봐서 알아요. 종종 ‘너무 풀어줬나?’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후배들과 어울리는 게 여러모로 좋답니다.

-얼마 전 <개콘> 10주년 방송이 있었죠? 처음 도전했을 때는 어땠습니까?

"'선생님'이라 부르면 갠 죽음이죠"
▶코미디 인기가 하락하던 시절이었어요. 뭔가 색다른 도전이 필요하겠다 싶어 며칠을 고민해 기획안을 가지고 방송국을 찾았어요. 이른바 공개코미디죠.

예전에는 코미디가 방송 관계자 위주였거든요. 어느 정도였냐 하면 PD들이 녹화 중에 기분 나쁘면 나가버리는 일도 있었어요. <유머1번지-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에서 양종철 씨가 했던 ‘밥 먹고 합시다’가 진짜 PD들이 했던 말에서 나온 유행어라니까요.

<개콘>은 이전 코미디 프로와는 달랐어요. 사람들을 불러다가 억지로 관객으로 앉히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에게 보게 하는 공개 프로였어요. 아르바이트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데 누가 오겠냐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서로 들어오려고 안달이잖아요.

아르바이트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니 관객의 반응이 상당히 중요했어요. 때문에 관객을 지루하지 않도록 짧은 개그를 연속적으로 배치하고 중간에 라이브 음악을 넣자고 제안했죠. 지금의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내가 책임지고 길을 제시하겠다고 우겨서 시작했는데 10년째 계속되고 있으니 성공한 기획이라고 봐야겠죠?

-NGO 활동을 열심히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람들을 돕고 하니까 협박메일도 오고 그랬어요. ‘자신이 어려운 상황인데 좀 도와달라’고 하더니 반응이 없자 ‘애들 학교 어디 다니고 누군지 안다’ 뭐 그런 식이었어요. 그래서 애들은 절대 방송이나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아요. ‘무턱대고 돕는 것보다 체계적인 것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대학교를 들어간 거죠.

사실 어려운 주변의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물질적인 것보다 어려울 때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행동이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예전부터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하지만 방송일과 수업을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죠. 특히 성균관대학교는 방송활동으로 수업을 빠진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요. 그동안 수업에 지방일정으로 교수님께 양해드린 후 빠진 때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빼먹지 않았을 정도로 열심히 했죠.

방송생활을 꽤 하다 보니 방송 편성, 특히 코미디의 편성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공부(신문방송학 석사과정 2학기)를 시작하게 됐죠. 신문방송학이라 그런지 창의적인 일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덕분에 공부하면서 아이디어도 얻고 일거양득이더군요.

-젊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비결이 있나요?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북한군 장교가 지도력의 비결을 묻는 말에 마을의 큰 어른이 답한 말 있죠? “머를 마이 멕에이지 뭐~”.

딴 거 없어요. 주변사람들과 친해지려면 무조건 많이 먹이면 되요. 밥을 같이 먹다보면 처음에는 말도 잘 안하던 애들이 먼저 와서 말 걸기도 하고 꽤 친해져요.

대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학생식당 밥도 아니고 교수식당 밥 사주니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밖에서 먹는 것에 비하면 돈도 얼마 안 해요. 제가 어렵게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밥 사주는 것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가끔 후배를 끌고 가서 내가 감동 깊게 읽었던 책을 사주기도 하고 그래요. 가깝게 지내려고 의도하는 행동들은 아니고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행동이니까.

-<라디오 스타> 공식 질문 형식을 빌려보죠. "김미화에게 젊음이란?"
"'선생님'이라 부르면 갠 죽음이죠"
▶저의 인생플랜 하나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봐요. 대학원 진학도 그런 시의성을 느꼈기 때문이고. 그들과 서로 부딪히면서 경쟁하다보면 젊어지는 것을 느껴요.

어떤 시집에서 봤는데 ‘흐르는 물은 절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달린다’란 구절이 마음에 남더군요. 인생을 위해 두려움 없이 내달리는 것. 그것이 저의 젊음의 비결이 아닐까요?

  좌파 멍에(?) 벗은 김미화

“거봐, 나 좌파 아니라니까.”

9월30일 여의도 MBC에서 만난 방송인 김미화 씨가 MBC 직원으로부터 최근 대통령상 수상 축하 인사를 받자 특유의 위트를 뽐낸다.

지난 9월7일 김씨는 2009년 이웃돕기 유공자 포상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사랑의 열매 등 각종 사회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이웃돕기 실천에 따른 것이다.

김씨는 지난 4월 자신이 진행하는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교체 논란에 휩싸였다. 가수 윤도현 씨의 <윤도현의 러브레터> 폐지와 더불어 신경민 앵커의 9시 뉴스 하차 등 현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인물에 대한 ‘퇴출설’에 무게가 실렸던 것도 이때다.

이후 김씨는 라디오 PD의 거센 반발로 하차가 취소됐으며 청취자의 눈높이에 맞는 진행으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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