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초콜릿 사례로 본 검은 헤지펀드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9.10.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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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헤지펀드]<上-2>

편집자주 BW(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절묘하게 활용하는 검은 헤지펀드의 '고도 전략'에 많은 상장사들과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쾌척한 뒤 수많은 독소조항들을 ‘지뢰’처럼 깔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옭아맨다. 피터벡, 이볼루션, DKR, OZ, 오펜하이머 등 환란 후 들어온 이들은 ‘대리인’제도와 같은 외국펀드만의 특권을 누리며 막대한 차익을 해외로 가져가고 있다. 위기의 상장사에 투자해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이들의 수법을 <상중하>에 걸쳐 파헤친다.

-피터벡 2년전 BW 38억투자
-80억회수+101억가치 신주확보

최근 개그맨 신동엽씨와 프로듀서 은경표씨 등이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상종가를 올린 디초콜릿 (0원 %). 최근 최대주주 지분 3.24%와 경영권을 시가의 6배에 매각하는 '이상한 매매'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디초콜릿의 뒤에는 숨은 최대주주 피터벡이 버티고 있었다. 직접 드러난 공시를 통해 피터벡이 디초콜릿에서 얼마나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 한 헤지펀드의 영문계약서. 두툼한 영문계약서에는 수많은 독소조항이 '옵션'으로 포함돼 있고 이 조항에 걸릴 경우 기한이익상실(EOD)로 사채 원금과 막대한 이자를 한꺼번에 물어야 한다.↑ 한 헤지펀드의 영문계약서. 두툼한 영문계약서에는 수많은 독소조항이 '옵션'으로 포함돼 있고 이 조항에 걸릴 경우 기한이익상실(EOD)로 사채 원금과 막대한 이자를 한꺼번에 물어야 한다.


◇사채〓디초콜릿은 전신인 도너츠미디어 시절인 2007년 6월21일 피터벡을 대상으로 유로시장에서 무기명식 무보증 분리형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금액은 엔화 5억엔으로 기준 환율 7.65원에 원화로는 38억2690만원 규모였다. 만기 이자율은 4.75%, 만기일은 2013년 6월21일이다.
디초콜릿은 2007년 1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7차례에 걸쳐 5억엔의 사채를 모두 상환했다. 이자 등을 포함하니 실제로 갚은 금액은 5억4913만엔으로 원금의 약 10%가 불어났다. 환율(2009년 5월 1엔당 12.9256원 기준)을 감안하면 원화로 거둔 수익은 더욱 컸다. 약 38억원을 투자해 2년도 안돼 71억원가량을 회수했고 이중 사채 이자수익만 6억3500만원을 웃돌았다.



◇신주인수권 플레이=사채수익이 서론이었다면 본론은 아직 `시작 전'이다. 2007년 6월 분리형 BW에 투자한 피터벡은 디초콜릿 179만3079주, 지분율 12.02%에 달하는 신주인수권을 갖게 됐다. 처음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2616원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서 수차례의 '리픽싱', 즉 행사가액 변동이 이뤄졌고 2008년 10월 행사가액은 발행 당시의 절반 수준인 1342원까지 떨어졌다. 행사가액이 하락하자 자연히 신주인수권 수가 크게 늘어났고 여기에 환율변동 효과까지 거두면서 1년4개월 후인 2008년 10월에는 신주인수권 수가 506만8501주로 불어났다.



이 워런트는 발행 1년 후인 2008년 6월부터 행사가 가능했다. 피터벡은 2008년 8월7일 22만8375주의 신주인수권을 주당 1446원에 행사했고 생긴 신주를 22일과 23일 장내에서 약 1900원에 매도해 총 4억3677만원을 챙겼다. 차익으로만 따지면 1억400만원에 달한다.

또 8월22일에는 29만8272주의 신주인수권을 주당 1342원에 장외 매각해 4억28만원을 고스란히 챙겼다. 이미 8억37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회수했지만 피터벡의 신주인수권은 숱한 리픽싱을 거쳐 약 14%로 불어났다.

디초콜릿 사례로 본 검은 헤지펀드
◇38억원 투자 후 약 80억+101억 규모 신주인수권=정리하면 피터벡은 2007년 6월 38억원을 BW에 투자해 채권으로만 71억원을 회수했다. 그리고 일부 신주인수권 행사로 5억여원의 차익을 거둔 뒤에도 179만주(12%)였던 신주인수권은 행사가 조정으로 약 822만주(14%)로 불어났다.


822만주의 신주는 10월12일 종가 123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101억원을 웃도는 평가가치를 갖고 있다. 현재 행사가액1015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18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장외에서 팔 경우 고스란히 차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피터벡의 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디초콜릿은 지난 8월25일 피터벡을 대상으로 엔화 3억9000만엔(51억3049만원) 규모의 BW를 또 발행했고 2005년 발행한 BW의 일부 신주인수권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피터벡의 디초콜릿 신주인수권 수는 무려 1442만주, 지분율은 25.5%로 확대됐다.



결국 피터벡은 원화로 100억원도 안되는 돈을 투자했고 이미 약 80억원을 회수했으며 51억여원의 채권은 고스란히 갖고 있다. 또 사실상 최대주주나 다름없는 피터벡은 '주무기'인 신주인수권을 약 1442만주나 갖고 있다. 이는 시가총액이 517억원의 기업 지분 25.5%해당하는 규모다. 12일 종가로 환산하면 신주의 평가액은 약 187억원에 달하는데 현 행사가액으로 계산할 경우 평가차익은 31억원을 넘는다. 하지만 리픽싱은 액면가까지도 낮아지면서 신주인수권 수는 더 늘어날 수 있고, 장외에서 블록으로 팔 경우 고스란히 차익이 되기 때문에 피터벡이 얼마나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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