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기관도 PB고객도 "정기예금"

권화순 기자, 도병욱 기자 2009.10.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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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역마진 감수 5%대 금리로 기관자금 흡수

주요 시중은행이 내놓은 대표 브랜드 정기예금 잔액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판매 20영업일이 되기 전에 1조원을 돌파하는가하면 70영업일 만에 10조원의 실적을 거두기도 한다.

여기엔 개인 고객 뿐 아니라 기관 자금까지 가세한 영향이 적잖다. 수신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본 일부 은행이 연 5%대의 고금리로 기관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주식 시장이 한차례 주춤할 것으로 본 프라이빗뱅크(PB) 고객도 대기성 자금을 단기 정기예금에 몰아넣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7월초 출시한 '민트 정기예금'은 8일 현재 10조 702억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초 출시됐기 때문에 70영업일 만에 10조원의 판매고를 돌파한 것이다. 하루 평균 1430억원이 유입된 셈이다.

하나은행의 '369 정기예금'도 초반기세가 무섭다. 지난달 3일 출시한 뒤 19영업일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8일 기준 1조 3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개인도 기관도 PB고객도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키위 정기예금'과 '자전거 정기예금'도 각각 2조 8144억원, 1조 3051억원이 몰렸다. 두 상품은 각각 지난 3월, 8월에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새 상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장수 브랜드인 '수퍼 정기예금'을 내세워 10일 잔액이 64조 5413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이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정기예금의 약점을 보완해 장점으로 승화시켰기 때문. 추가 불입, 일부 출금이 가능할 뿐 아니라 중도 해지를 해도 고금리를 주는 탓에 개인 고객에게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기관 자금도 가세했다. 연기금이나 공공기관 자금 등을 유치하려는 일부 은행이 '역마진'을 감수하고서 5% 이상의 고금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뭉칫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기관자금 낙찰에서 일부 은행이 5.12%의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면서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 미리 자금을 끌어다 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역시 자금 운용처가 마땅찮다. 통상은 포트폴리오 상 양도성예금증서(CD)나 1년 이내 정기예금을 선호한다. CD금리가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다보니 부담을 느낀 기관들이 최근 정기예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정기예금에 눈길을 주지 않았던 '큰손'들도 돌아오고 있다. 신한은행 PB 담당자는 "주식이 지금 애매한 상태라 다른 쪽에 눈 돌리기 어려운 큰손들이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PB고객들은 이와 함께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0.5%~1.5%포인트 가량 높은 특정금전신탁(MMT)이나, 회사채와 기업어음(CP)를 묶은 사모펀드 등에도 나눠 투자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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