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속 소녀를 구출해라"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09.10.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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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속 소녀를 구출해라"


'태평양 바다 위 쓰레기 섬을 아십니까.'

북태평양 하와이 인근에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쓰레기 섬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파도를 타고 아열대 수렴지역에 모여들었다.

이 많은 쓰레기들은 어디서 왔을까. OECD 국가 중 쓰레기 배출량 1위인 우리나라도 한 몫 하지 않았다는 법은 없다. 서울시민이 하루 배출하는 쓰레기는 1인당 약 1kg, 시 전체로 따지면 1만 톤이 넘는다. 지난해 내다버린 음식물 쓰레기만 하루 평균 3277톤이다.



쉽게 사고 버리는 세상.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의문을 품은 이들이 있다. 사람마저 쓰레기 더미에 함께 버려지는 풍토를 비꼬는 '무서운 아이들'이 무대에 섰다.

8일 쓰레기를 모티프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꼬집는 연극 '브리튼을 구출해라(김지선 작·연출)'가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와 두산이 차세대 예술가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 빅보이'를 통해 발굴했다.



'브리튼을 구출해라'는 쓰레기 더미에 사는 소녀가 한 남자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다시 버려지는 과정을 담았다. 소녀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아내지만 구출되기는커녕 이내 잊혀진다. 효용가치가 떨어진 소녀는 결국 쓰레기 더미에서 죽음을 맞는다.

"쓰레기 더미 속 소녀를 구출해라"
이 작품의 묘미는 실제 '버려진 공간'을 옮겨 놓은 듯한 무대연출과 독특한 눈빛으로 관객을 흡입하는 여주인공 김옹(브리튼 역)의 연기에 있다.

작품은 버리기에 익숙한 관객에 '과연 우리가 누군가를 구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 소녀가 두 줄 남짓 채워진 객석을 향해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제발 구해주세요"를 외친다. 관객은 마치 현실 속 누군가를 떠올린 듯 서글픈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극장을 막 나선 관객들은 "쓰레기를 모티프로 우리의 위선을 이야기하는데 내가 마치 탐욕스런 '돼지'가 된 느낌이었다"며 "섬뜩하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인데 관객이 너무 적어 안타까웠다"고 입을 모았다.

연극 '브리튼을 구출해라'는 서울 종로 두산아트센터에서 8~18일까지 열흘 간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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