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파업=업무방해죄, 개선해야"

김선주 기자 2009.10.10 18:05
글자크기
최은배 인천지법 판사는 10일 현행법상 파업이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인 것과 관련,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 범죄가 되는 법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판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우리법연구회 첫 공개세미나 발제자로 나서 "파업을 형사 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동사건 심리상 몇 가지 문제점'을 주제로 정한 그는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면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셈"이라며 "이는 일정한 틀 속에 근로자들의 단결과 파업을 가두려는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국내 노동조합이 모두 강성이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대등하게 근로조건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느냐"며 "우리는 아직도 주는 대로 받고 머슴처럼 일하는 조선시대의 모습을 그리면서 살고 있진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주휴일 수당과 관련, "근로기준법 제55조는 '근로자가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쓸 수 있다'고 한 반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0조는 '유급휴일은 1주일 동안 근로일에 개근한 자에게 준다'고 규정했다"며 "개근한 자에게만 유급휴일을 주는 것은 상위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퇴직금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급 통상임금과 관련, "현재 판례는 주 휴일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며 "통상임금은 정해진 근로를 하면 지급하는 수당이므로 1주일에 정해진 근로를 하면 받는 주 휴일수당도 통상임금"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현재 주44시간제인 경우 '월급/225.95시간'인 시간급 통상임금은 '월급/190.57시간'이 된다. 주40시간제인 경우에도 '월급/208.57시간'이 아니라 '월급/173.25시간'이 돼 시간급 통상임금이 늘어나긴 마찬가지다.


그는 포괄임금제와 관련, "고용주는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를 산정하기 어렵더라도 '근로자가 특정 형태의 근로를 제공하면 그에 대한 임금을 수당까지 포함해서 지급한다'는 포괄임금 약정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근로자가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똑같은 임금을 받게 되며 일정한 월급 한도 내에서 최대치의 근로를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를 들면 화물차 운전사의 경우 '서울-부산 1일 1 회 왕복' 등 구체적인 근로내용을 확정해야 이에 대한 임금을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계약서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구두로 한 약정을 확정하거나 사업장 내 관행을 고려해 판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 노동법은 노조활동을 억압하다 뒤늦게 노동3권을 회복시킨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에 민의가 올바르게 반영됐다고 하기 어렵다"며 "대의 민주주의 역시 불완전하기 때문에 정치적 산물로 제정된 노동법을 해석ㆍ판단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불안한 삶을 영위하는 경제적 약자ㆍ소수자를 끌어안고 대타협을 도모했는지에 대해 자신이 없다. 오히려 법질서라는 이름 아래 공안기관이 행사하는 공권력을 빌어 그들을 억압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보면서 "노동법을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소수자와 약자의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희 수원지법 판사는 파업의 업무방해죄 적용 여부와 관련, "최 판사의 주장을 따르면 현행법 상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를 한 자'에 대해 민사배상 외에 형사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사회현실을 내세워 엄연한 근로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포괄임금 개념을 확장해서 적용해 온 판례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법관들이 판결이란 이름으로 경제 이데올로기를 규범화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지만 판사들이 입법에 앞서 경제발전을 선도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