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대 '흑인분장 헐벗은 아이들' 누구?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09.10.0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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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재 M연기학원에 다니는 배우지망생들이 기아체험 홍보를위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월드비전제공↑서울소재 M연기학원에 다니는 배우지망생들이 기아체험 홍보를위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월드비전제공


#광화문 광장 인근 세종대왕 동상 제막식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아프리카 어린이 4명이 나타났다. 기운 없는 모습을 한 채 일렬로 앉아 플라스틱 대야를 든 아이들은 처량한 눈빛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가장 왼쪽에 앉은 아이의 손에는 찢어진 박스가 들려있다. 박스에는 "하루만 이 아이가 되어보세요"라고 적혀있다.

8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1시경까지 서울 한복판에 흑인분장을 한 채 나타나 행인들을 놀라게 한 아이들이 재능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배우지망생들로 밝혀졌다.



퍼포먼스를 진행한 구호단체 월드비전(대표 박종삼) 관계자는 9일 "퍼포먼스에 노원종(15), 박선열(17), 박찬웅(17), 전무헌(28) 등 4명이 참여했으며 서울 소재 M연기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얼굴과 몸을 까맣게 칠하고 반바지만 입은 채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를 연기했다.

관계자는 "참여한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했다"며 "전씨는 식사까지 거르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배고픈 아프리카 아이를 표현하는데 점심식사는 필요 없다는 게 전씨의 생각이었다고.



퍼포먼스 시간에 학교를 가야하는 노원종군은 학교에 공문을 제출, 공연을 허가받아 야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박선열, 박찬웅군은 개교기념일로 생긴 모처럼의 휴일을 반납하고 홍보에 나섰다. 박선열군은 "기아체험 24시 행사에 참여 신청을 했는데 미리 기아체험을 해본 것 같다"고도 말했다.

퍼포먼스의 기획은 최근 김치마스크를 제작해 화제가 됐던 재미 광고전문가 이제석씨가(28) 맡았다. 이씨는 월드비전의 홍보 자문위원을 맡아 이번 기아체험행사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이씨는 "피켓에 적혀있는 '하루만 이 아이가 돼 보라는' 메시지가 퍼포먼스의 핵심"이라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기아 아동을 후원하는 NGO 월드비전은 오는 23일부터 양일간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기아체험 24시간' 행사를 주최한다. 행사의 홍보차원에서 8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던 월드비전은 "23일까지 몇 번의 퍼포먼스가 더 있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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