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규모의 경제' 필요…테마거리로 승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10.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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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法]⑨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재래시장및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편집자주 18대 국회는 '식물국회, '무능국회', '폭력국회'로 불린다. 잇따라 소모적인 '입법전쟁'을 벌이며 국민들로부터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인기도에서 국회와 정당은 최하위 수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18대 국회는 겉만 번지레하고 속은 비었다. 발의된 법률안 개정안의 건수는 17대 등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처리율은 매우 낮다. 그러나 발의법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주목받지 못한 채 '음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 이로운 法 ' 시리즈를 마련해 의원들의 '입법활동' 지원 및 독려에 나서기로 했다. 각종 법안 중 △경제와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법안 △시급히 도입할 법안 등을 추려 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비록 법으로 확정되지 않은 '법안'이지만 그 속에 담긴 입법정신과 취지를 널리 알림으로써 한국 국회와 정당에 '또다른 입법경쟁'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9년 현재 전국의 재래시장은 1500여곳에 이른다. 점포수는 20만개, 36만여명의 상인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중 '장사가 되는' 시장은 11.9%에 불과하다. 침체상태에 놓인 곳이 980여곳(56.8%)으로 절반을 넘는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를 보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가 간다. '한달간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한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재래시장을 답한 응답자는 7.4%에 불과하다. 재래시장에서 장보는 사람이 10명 중 1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반면 대형마트를 자주 찾는 소비자는 46.7%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로는 불편함이 으뜸으로 꼽힌다. 주말마다 대형마트를 찾는 김영심씨(58세·전북 익산)는 "인근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더 싼 물건도 있지만 상점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자주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평균적으로 값도 싸고 깨끗하게 포장해 놓아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김씨 말대로 에누리나 정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순 없다. 전국의 대형마트가 2004년 273곳에서 2008년 385곳으로, 같은 기간 매출액이 21조5000억원에서 30조7000억원으로 늘어난 데는 낮은 가격과 편리성, 청결이라는 무기가 있다.

◇ 재래시장·상점가 묶어 테마거리로 =
"재래시장, '규모의 경제' 필요…테마거리로 승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사진)은 이에 "인접한 재래시장과 상점가, 상업지역을 하나로 묶어 개발·관리·지원하자"고 제안한다. 되도록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현행 재래시장지원법은 개별 재래시장 위주로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 공동시설 설치를 지원하기 때문에 시장이나 상점가마다 시설을 각각 설치해야 한다. 또 상권 자체가 소규모에 머물러 지역 상권 활성화에 한계가 적잖다.


지난 2월 현재 지원 대상으로 지정된 지역도 부산 국제마켓타운·해운대마켓타운·부전시장, 대구 서문시장, 대전 중앙시장, 경기 이천중앙시장, 여수 교동시장 등 14개 구역에 불과하다.

원 의원은 "가까이 있는 2~3개 재래시장과 상점가를 대규모 상권으로 묶어 편의시설을 공동으로 설치하고 비슷한 업종은 한군데로 모아 테마거리를 조성하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마거리를 조성하면 △편리한 보행권 확보 △공동쿠폰·상품권 발행 및 이벤트 개최 등 마케팅 차원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래시장 8개, 2개 상가건물 2개, 지하상가 1개 등 1100개 점포가 모인 대전 역 앞 중앙시장 인근 상권이나 재래시장 3개, 지하상가·중앙상가·칠성로상가 등 6개 시장·상가에 1250여 점포가 밀집한 제주 동문시장 상권 등이 대상이다.

◇ 미·영·일도 상권 활성화 지원 =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점포밀집지역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49개 주에서 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법을 제정해 상업기반시설을 개량해 고객 유치에 성공을 거뒀다. 도로 등 환경을 정비하고 공동광고·이벤트 등 통일된 마케팅으로 고객을 모은 것.

영국은 도심지 상권 활성화를 위한 TCM(Town Center Management) 사업에 착수한 뒤 지금은 TCM보다 개발범위가 넓은 BID사업을 도입, 지역개발과 상권개발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8개 부처가 참여하는 TMO(Town Management Organization)사업을 통해 도심상업지역 개선을 지원하고 중심 시가지 활성화 본부와 중심 시가지 활성화 협의회를 설치해 구도심 상점가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원 의원은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으로 침체된 상권을 다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재래시장 사라지면 지역경제도 위협" = 36만여 재래시장 상인의 생계도 걱정이지만 대형마트의 일방 독주가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원 의원의 우려다. 체인점 형태의 대형마트가 번 돈은 상당 부분 본사가 있는 수도권으로 흘러들어간다. 대형마트의 낮은 상품가격은 납품업자를 옥죄고 줄어든 돈은 지역 제조업이 설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원 의원은 "대형마트가 들어선 지방에선 이미 구시가지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래시장활성화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에 상정됐지만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한나라당은 개정안을 서민살리기 5대 법안으로 분류, 이번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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