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큰 장모가 가계부 쓴다?…주식 팔아라"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09.10.16 09:27
글자크기

[머니위크]바닥과 꼭지 알 수 있는 지표들

"손 큰 장모가 가계부 쓴다?…주식 팔아라"


주식시장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공간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앞을 예측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다.

투자전략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하고, 주변에 투자 고수의 말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가가 언제 꼭지이고 바닥인지 정확히 예측해줄 수 있는 있는 사람은 불행히도 없다.



바닥에 사서 꼭지에 팔진 못하더라도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 수 있는' 정도의 투자라면 성공이다. 바닥과 꼭지를 예측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소개해본다.

◆사람을 보면 주가가 보인다-휴먼인덱스



"평소에 주식 문외한이던 친척에게서 갑자기 주식을 뭘 사야 하는 전화가 올 때가 있죠. 그럴 땐 어김없이 꼭지였어요."

장철원 대신증권 동대문지점장(이사)의 얘기다. 반대로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짜증 섞인 전화가 빗발치고 고객들의 항의가 많아지면 어김없이 바닥이었다고 회고했다.

주식시장의 바닥과 꼭지 징표를 신문에 활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종합일간지 1면 톱에 '침체' '불황'이라는 말이 나오면 바닥이고, 반대로 '호황' '급등' 이라는 말이 1면 톱으로 나오면 대체로 꼭지라는 것이다.


이런 휴먼인덱스가 나오는 것은 불안 심리와 연관이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예를 들어 우량 종목 주식을 장기 보유하던 친구가 기어이 손절매(손실을 끊기 위해 파는 것)를 하게 되면 주가가 바닥이라는 속설이 있다.

이것은 장기간 우량주에 투자하는 가치 투자자들마저 시장에 주식을 내던질 정도가 되면 더이상 시장에 매도 세력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 가격 논리상 더이상 매도할 세력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가가 더 떨어질 요인이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누군가 선견지명을 갖고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주가는 쭉 오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아기엄마가 증권사 객장을 찾고 증권맨이 최고의 신랑감이라는 말이 유행하면 경기가 좋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상투의 징표로도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그만큼 주식시장이 달아올랐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직원이나 고객이 마이너스 통장이나 현금서비스로 돈을 최대한 출금한 뒤 주식을 투자하면 매도 시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반대로 직원이나 고객이 아침부터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다면 매수시점으로 해석된다.

주로 주가는 경기가 불황일 때 바닥이었다가 경기가 호황일 때 고점을 찍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경기불황 지표가 곧 주가 바닥 지표로 해석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자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면 불황지표이고, 주가는 바닥지표로 여겨진다거나, 장모가 갑자기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면 경기가 불황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주가도 당분간 좋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외에도 미수금이 폭증하고 거래대금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영업맨(브로커)들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지면 매도해야 할 시기로 여겨진다.

증권사 영업직원들이 자신의 고객에게 신용을 많이 주려고 다투는 모습이 나타날 때도 상투 징후로 본다. 이것은 증시가 호황으로 오를 만큼 올랐고 투자심리가 매우 과열됐음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기술적 지표

주가와 거래량의 과거 흐름을 분석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방식이 기술적분석이다. 이 기술적 지표를 통해 주가의 바닥과 꼭지를 예측하기도 한다.

기술적분석은 다소 복잡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만 보자면 주가를 매수해야 할 신호는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ㆍ장기 이동평균선을 뚫고 올라가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날 때다.

반대로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ㆍ장기 이동평균선을 뚫고 내려가는 데드크로스는 매도신호로 파악된다.

골든크로스는 주가가 상승장으로 변하기 직전 바닥권에서, 데드크로스는 주가가 하락장으로 변하기 직전 꼭지권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지표는 아니고 투자판단에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기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차티스트)은 "기술적분석상 정확한 바닥과 꼭지 타이밍은 알 수 없지만, 대략적인 신호(사인)는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 보조지표가 떨어지는 데 지수가 계속 올라가는 경우와 이격도(주가와 이동평균선의 간격)가 과열되는 경우, 투자심리도가 75 이상(극강세장일 경우 90 이상)이 계속될 경우는 꼭지 신호로 해석했다. 또 그 반대의 경우는 바닥 신호로 해석했다.

기술적 보조지표로 스톡캐스틱이 있는데, 이것은 주가가 상승추세이면 현재가격이 고가권에 위치하게 되고, 하락추세면 저가권에 위치하는 주가의 순환특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볼린저 밴드와 RSI, CCI 등도 기술적 보조지표로 쓰인다.

◆경기와 기업이익으로 예측-펀더멘털 지표

"주가가 꼭지일 때는 금리가 오르면서 장의 흐름이 우량주가 아닌 소위 말하는 잡주들 중심으로 투기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의 경험담이다. 대부분 주가는 바닥권일 때는 사람들이 이미 폭락 등의 고통을 겪은 상태라 투자판단 기준이 보수화돼 PER(주가수익배수)와 기업가치 등을 따지지만 주가가 꼭지 부근에 도달하게 되면 잡주성 테마주들이 극성이면서 장이 투기양상으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주가가 꼭지일 때는 기업이익이나 PER 등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고, 이미 펀더멘털로는 분석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신 본부장은 지적한다.

보통 주가가 바닥권일 때에는 기업이익이 미약하지만 조금씩 증가세로 전환한다. 그동안 워낙 실적이 나빴기 때문에 경기 사이클상 상승국면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선행지수 등 경기를 알 수 있는 지표들이 상승세로 전환하면 주가도 상승장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보통 주가는 경기에 비해 6개월가량 선행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지만 최근엔 그 주기가 짧아지기도 해서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다. 대부분 큰 흐름에 비춰볼 때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오름세로 갈 때 주가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인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4분기 기업이익이 바닥이라면 주가는 4분기 초반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