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급변 대우건설, 매각가 2만3000원?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09.10.0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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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가 2만3000~2만4000원 관측..금호그룹 위기우려 떨칠듯

 대우건설 (3,865원 ▼65 -1.65%) 매각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해외 투자자들이 적극 인수에 나서면서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지 않겠냐는 초기의 비관적인 시각을 깨끗하게 날려버렸다. 게다가 우선인수협상 후보자(숏리스트) 선정 후 매각가가 당초 예상됐던 주당 1만8000원을 훨씬 뛰어넘는 2만3000~2만4000원까지 거론되면 흥행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에 힘입어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매각손실로 인한 유동성 우려를 떨쳐버릴 계기를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민유성 산은행장이 말한 "나쁘지 않은 가격" 속의미는



민유성 산업은행 행장이 지난 6일 기자단과 만나 "대우건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잘 팔릴 것 같다"며 아직 숏리스트 단계임에도 이례적으로 자신감을 드러낸 데에서도 이러한 낙관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인수 후보 업체들이 1차적으로 제시한 가격에 대해 민유성 행장은 "입찰희망가격이 나쁘지 않다"고 언급했다. 또한 "박삼구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생각보다 가격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며 금호그룹의 반응도 전했다.



산업은행과 금호그룹 측이 말한 '나쁘지 않은 가격'은 얼마일까. 7일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 참여 중인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선 지난달 인수의향서(LOI) 마감 당시 1만7000~2만2000원대의 가격이 제시됐고 숏리스트에 오른 네 곳은 모두 2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두 인수 의지가 강해 11월 초까지 실사가 진행되면서 가격을 상향해 제시할 가능성도 커 최종 매각가격은 2만3000~2만4000원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PEF 업계 관계자는 "조단위의 딜에서 대우건설을 진정으로 사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주당 1000~2000원 차이가 크겠느냐"면서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해외 SI들은 어차피 사업 시너지 목적이 크기 때문에 현 주가 수준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인수후보 뒤에 전략투자자 따로 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기대이상의 흥행이 이뤄지는 것은 숏리스트에 오른 후보들 뒤에 외국계 전략적투자자(SI)가 들어와 있는 탓이다. 민 행장도 "네 곳 모두 전략적 투자자(SI)가 들어와 있다"면서 "SI들은 시너지를 보고 값을 매긴다"고 확인했다. 즉 나중에 비싼 가격으로 되팔 목적을 지닌 재무적 투자자(FI)라면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해 되도록 가격을 낮추려 하겠지만 SI는 기업의 잠재 가치를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중동계 국부펀드와 미국계 엔지니어링 회사의 SI 참여가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사명이 나오고 있는 곳은 미국 벡텔과 파슨스, 사우디아라비아의 S&C인터내셔널 등이다.

이들 모두 해외 시장에서 대우건설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의 경우 사업구조 측면에서 거액을 들여 시공사를 인수할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참여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중동 국부펀드의 경우 리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부펀드 3~4곳이 인수전 초기부터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와 손잡고 참여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상당히 강한 인수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수합병(M&A) 시 1대 주주로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2대 주주 형식을 취해 경영에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는 경향이 있어 대우건설 인수에서도 이런 모양새를 갖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손익계산서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2만3000원 선에서 매각할 경우 매각손실로 유발되는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전망이다. 대우건설 매각이 알려진 후 증권업계는 주당 2만3000원이 금호그룹이 유동성 우려를 떨쳐버리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해왔다.

대우건설이 주당 1만8000원 수준에서 매각될 경우 2조원 이상의 매각손실이 발생해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등 핵심 계열사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당 2만3000원 수준에서 팔게 되면 금호생명을 비롯해 손실이 1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자본잠식을 최소화하고 기존 산업을 그대로 영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인수 희망자의 경우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 지분 50%보다 10% 가량을 더 사겠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어 매각 결과에 따라서는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날 여지도 있다.

한 대형 증권사 IB본부장은 "대우건설 매각이 최소 2만원 이상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계열사 매각은 의미가 없다"면서 "이런 점에서 이번 매각은 누가 가져가느냐보다 얼마에 팔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종 결과까지는 아직 과정이 남았지만 대우건설 매각이 어느 정도 긍정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는 만큼 금호그룹의 구조조정과 자금조달 계획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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