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 뚫은 금값 거품인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10.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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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거품 논란, '약달러·인플레'는 상승 요인

장중 온스당 1045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뚫은 금값 상승세가 과연 거품일까? 금값 상승을 놓고 거품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금값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값의 상승 요인인 인플레이션과 약달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금값 거품을 외치는 이들은 수급이라는 펀더멘털 요인을 바탕으로 사상최고치를 뚫은 금값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금값 10년간 4배 급등, 거품인가?



금값은 지난 10년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4배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9~10월 들어 금값 상승세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금 투자 열기는 더욱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올해에만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 SPDR골드트러스트에 12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처럼 금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존 해서웨이 토크빌골드펀드 펀드매니저는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란 깜짝 놀랄만한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금값이 급등한 지금 상황에서도 금이 현명한 투자처일까? 많은 투자자들의 물음은 커지고 있다.


금값은 2007년 여름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큰 변동성을 겪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금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된데 따른 것이다.

금값은 지난해 3월 14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에는 온스당 700달러까지 추락했다가 지난달 다시 1000달러를 넘어서며 완연한 상승 추세를 보여왔다.



◇ "금값 더 오른다" 5000弗 돌파 전망도

금 강세론자들은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부양책으로 미국 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약달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골드 뉴스레터 편집장 브라이언 룬딘은 "금값이 신고가를 기록한 점은 매우 의미있다"며 "보수적으로 봐도 연말 11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원자재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 역시 금값이 인플레이션 조정치를 반영, 사상최고치였던 지난 1980년 기록한 2312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저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 원자재 가격 역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해서웨이 매니저 역시 인플레이션, 금과 다우지수의 수렴과정 등을 이유로 금값이 5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33년 금은 온스당 32달러에 거래됐고, 다우지수는 그해 2월 50을 기록했다. 그리고 1980년 1월 21일에는 금값이 온스당 850달러까지 올랐고, 다우지수는 873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해서웨이는 금값이 온스당 5000~1만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 펀더멘털은 금값 하락에 손

그러나 수급 요인을 살펴보면 상황이 틀려진다. 캐나다 금거래업체 킷코에 따르면 금광업체들은 지난 2001년부터 금 강세가 시작되자 400억달러를 금광 개발에 쏟아 부었다.

이에 따라 수년간 감소하던 금 생산량은 올 상반기 7% 증가했다. 킷코는 금생산량이 2014년까지 연간 5%(450톤)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NN머니는 6일(현지시간) 금값 논란을 소개하면서 이 같은 생산량 증가가 가격 하락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서면서 금 소비자들이 금 매수를 꺼리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GFMS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금 수요는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존 나들러 킷코 애널리스트는 "금값은 펀더멘털이 약화된 상황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면서 "최근 금값 상승세는 기관 투자들과 헤지펀드들이 이끌었다"고 밝혔다.



금값 거품 논란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금값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투기 세력들의 매입이 들어온다면 생산량이 아무리 늘어나도 가격은 급등세를 나타낼 수 있다. 지난해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해 고공비행할 때가 지금 금 시장 행보와 유사하다.

로버트 아르노 리서치어필리에이츠 회장은 "향후 2~3년래 인플레이션율이 5%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을 인플레이션 보호 투자 상품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날 달러 약세를 초래해 금값 급등에 일조한 산유국들의 달러 결제 포기 언론 보도(영 인디펜던트)에 대해 사우디, 쿠웨이트 등 산유국들은 '현실성이 없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일제히 부인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세로 다가온다면 금값의 또다른 상승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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