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2배" 고개드는 판교 불법전매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10.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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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동의서' 없는 정상거래 위장 사례 많아

↑ 성남시 삼평동 봇들마을 전경 ↑ 성남시 삼평동 봇들마을 전경


"사모님, 판교 중소형 매물 찾으신다고요? 싸게 사는 방법이 있긴 한데요…"

3억~4억원 가량 웃돈이 붙은 판교신도시내 중소형 아파트 불법전매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판교신도시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전매제한이 5년으로 묶여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직장이동, 질병치료 등 지방이전 사유가 발생한 당첨 포기 물량에 대해 우선 매입처리해 왔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전매동의서를 취득한 물량에 대해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판교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부동산 투기우려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불법도 좋습니다"…판교 중소형 '부르는게 값'=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현재 판교신도시 중소형 중 전매동의서를 받은 매물은 모두 12건. 매물이 귀하다 보니 호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성남시 삼평동 봇들마을 풍성신미주, 주공 휴먼시아 전용 85㎡는 분양가의 배 가까이 오른 7억5000만~8억원 선을 호가한다. 서판교도 마찬가지. 서판교 대우푸르지오, 주공 휴먼시아 등의 전용 85㎡ 호가도 8억 원 안팎이다.



삼평동 봇들마을 K공인 관계자는 "9월 말 전매동의서를 받은 서판교 대우 푸르지오 전용 85㎡가 7억5000만원에 나오자마자 팔렸다"며 "워낙 나오는 것이 적어 싸게 나오면 바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기에 불법전매로 나온 '비정상적'인 매물도 많다. 이런 매물은 전매동의서를 받은 합법적 매물보다 5000만원 가량 싼 7억2000만~7억5000만원에 나오고 있다. 사전점검이 끝나가면서 자금마련이 시급한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춰 내놓은 것이다.

분당구 서현동 Y공인 관계자는 "'떴다방'으로 활동하는 업자들이 많아 전매동의서없이도 저렴한 물건을 찾는 투자자들이 꽤 있다"며 "정상거래를 위장한 불법전매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불법매물은 전매제한 기간이 풀리면 매도자가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조건의 매매계약서를 체결함으로써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진다. 전매제한기간까지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파트 매매가만큼 매수자의 권리를 근저당으로 설정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오르면 매도자가 매수인에게 아파트 명의이전을 거부하는 등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매수자는 아파트값 상승분만큼 재산권을 보장받을 수 없고 근저당 설정액 만큼 되돌려 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부동산중개업자들도 이를 고려해 중개를 꺼리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법매물을 찾는 이유는 인근 분당 아파트 값과 비교해 투자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 한신 아파트, 수내동 대림파크타운 전용 85㎡의 현재 시세는 7억6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서현동 L공인관계자는 "판교는 새 아파트인데다 앞으로 인프라가 확충될 것을 감안할 때 8억원 선이면 가격이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계당국 "나 몰라라" 수수방관=불법전매 매물이 나돌고 있지만 성남시와 토지주택공사 등 관계당국의 단속실태는 부실하다. 성남시는 최근 국토해양부와 공공임대주택 불법전대조사를 실시했지만 불법전매 단속은 시행하지 않은 상태다.

경기지부 성남 중원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관계자는 "판교 불법전매에 대해 수사가 진행된 사항도 없고 신고된 사례, 적발된 건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관계당국의 책임도 있지만 당첨된 청약이득을 남기기 위해 악용하는 사람들이 항상 나오기 마련"이라며 "단속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적발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매제한기간 내에 불법전매 이면계약 사례가 적발되면 주택법 39조에 의해 징역 3년 이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전매제한 기간 내 발각되면 불법전매물건을 산 사람은 프리미엄과 관계없이 계약금과 중도금만 받고 입주청구권 지위도 잃게 되며 매도자의 아파트 소유권은 사업주체로 넘어가게 된다.

김홍기 국토부 주택시장제도과 사무관은 "전매제한기간 후 매수자로 명의이전이 끝난 후 적발되면 사업주체가 아파트를 강제집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안이 법으로 규정돼있지는 않지만 처벌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당의 한 부동산관계자는 "원래 판교 중소형 전매제한을 10년으로 했다가 바로 절반인 5년 풀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냐"며 "판교는 그동안 다운계약서, 불법전매전대가 비일비재해 불법천국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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