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어머니', 소박한 삶 마치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10.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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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부인 이정화 여사 타계 공식 발표

정몽구 현대차 (239,500원 ▲2,500 +1.05%)그룹 회장의 부인 이정화 여사가 지난 5일 미국에서 지병을 치료 중 향년 7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이 여사는 그동안 현대가의 사실상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조용한 내조'를 펼쳐왔다. 현대가는 2007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의 장례 이후 또 한 번 큰 상을 치르게 됐다.



현대家 '어머니', 소박한 삶 마치다


현대·기아차 (98,000원 ▼700 -0.71%)는 6일 이 여사가 지병으로 지난 5일 오전10시50분(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M.D. 앤더슨 병원에서 향년 7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최근 건강이 악화돼 지난 추석연휴 중 정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미국으로 출국해 치료를 받아왔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현지에서 운구 수습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체적 장례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여사는 현대차 그룹이 공식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로 보이지 않게 내조를 해왔다. '35년 주부' 생활을 마치고 2003년 계열사 해비치리조트의 이사를 맡으며 조심스런 사회활동을 시작했지만 전면에 나서기보다 한발 물러서 남편과 아들, 조카 등 가족을 챙겼다.

고인은 생전 재벌 총수의 아내라는 화려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혼 후 집안 청소와 음식장만을 손수 했으며 정 회장 역시 이런 이 여사의 검소하고 근면한 성품을 높이 평가했다.

"항상 겸손하고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시어머니 고 변 여사의 가르침에 따라 자녀교육에서도 '겸손'을 가장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행사에 나타나기보다 수십 년간 새벽 3시30분부터 청운동 시댁에서 시아버지 고 정 명예회장을 비롯한 현대가의 아침식사를 챙기는 것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1991년 손위 동서인 고 이양자 여사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현대가의 맏며느리로서 집안을 두루 챙겼다.

조카인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대표이사가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할 때는 상견례는 물론 결혼식장에서 손수 하객을 맞으며 돌봤다.



아들 사랑도 남달랐다.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과거 '디자인경영'을 본격화하자 이례적으로 '모하비'와 '제네시스' 신차 출시회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아들을 격려했다. '모하비' 출시행사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어머니, 고맙습니다"며 화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안팎으로 현대가를 뒷받침해온 이 여사가 세상을 떠나자 가족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한 현대가 3세 경영자는 이날 "오늘 아침에야 별세 소식을 들었다"며 "너무 경황이 없고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당분간 각종 축하행사 및 골프 등을 금지하며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



이 여사는 실향민의 딸로 서울 숙명여고 출신이며 정 회장과 연애결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슬하에는 맏딸 성이(이노션 고문)를 비롯 명이, 윤이, 아들 의선(현대차 부회장) 등 1남3녀를 뒀다. 사위는 선두훈(영훈의료재단선병원 이사장), 정태영(현대카드 사장), 신성재(현대하이스코 사장), 며느리는 정지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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