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시 "시정 홍보냐, 시장 홍보냐"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9.10.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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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울시 "시정 홍보냐, 시장 홍보냐"


"광화문광장 개장, 차 없는 날 행사, 한강공원 개장…"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이른바 '역점 시책'들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들 정책에는 2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해당 자료가 상대적으로 훨씬 자주 배포됐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들 정책에는 공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1일 개장한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것 같다. 개장 첫 달 방문객 220만명이 찾아 하루 평균 7만2000여명이 광장을 둘러봤다고 한다. 지난달 22일의 '차 없는 날 행사'도 서울 종로거리가 버스들만 오가며 뻥뚫려 보기 좋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강르네상스'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 순차적으로 개장한 한강공원(여의도·난지·뚝섬)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였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개장을 앞두고 한 달 전부터 자료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광장에 조성될 공간과 조형물의 이름을 짓는다는 시민공모, 동상 모형의 추진 과정과 설계 내용, 심지어 광장 부지에 있었던 은행나무는 어디로 갔는지 등등…



이후에는 개장 전야제를 개최한다는 자료가 나오더니 개장식이 성대하게 진행됐다는 추가 자료가 이어졌다. '차없는 날' 행사자료 역시 문구만 바뀐 '리바이벌 자료'가 거듭됐다. 한강공원 개장과 관련해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정(市政)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것을 비난할 수야 없겠지만 이쯤되면 '과잉 홍보'라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광화문광장과 한강공원은 디자인과 관광 등 소프트웨어 시정을 강조해 온 오 시장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정책이다. 청계천 복원이라는 전임시장의 화려한 업적(?)과 비교돼서 인지 오 시장 취임 이후에는 "소프트웨어만 있고 하드웨어는 없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광장과 공원 등 하드웨어 성과에 대한 지나친 홍보가 자칫 '하드웨어 오세훈'을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수도 있다.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다. 10월 재보선이 끝나면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가 관심이다.


정책의 특정분야가, 그것도 시장의 치적이 강조될 만한 내용이 지나치게 홍보되면 곤란하다. 공무원들이 '시정'을 홍보해야지 '시장(市長)'을 홍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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