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살림살이, 올해보다 더 팍팍해진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10.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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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임금 2년째 동결에 도미노 파급효과..'물가는 오르는데 지갑은 그대로'

정부가 공무원 임금을 2년 연속 동결키로 하면서 전반적인 인건비 감축 분위기가 공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 등 민간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가계의 내년 살림살이는 올해보다 더욱 빠듯해 질 전망이다.

5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공무원 임금을 2년째 현 수준으로 묶기로 함에 따라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 등 민간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공무원 보수를 2년째 묶어 재정건전성 확보 및 일자리 나누기에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마당에 섣불리 임금인상 카드를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무원 임금이 2년 연속 동결되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ㆍ1999년 이후 처음이다. 내년 임금이 최소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인상될 것으로 기대했던 공무원들의 불만은 예상보다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외환위기 당시 임금동결은 임금인상폭 만큼 자진 반납하는 방식으로 이번과는 다르다"며 "내년에도 호봉은 올라가지만 기본 임금테이블은 그대로 유지돼, 결과적으로 은퇴 후 수령할 공무원 연금까지 깎이게 되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자연히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들의 인건비 역시 현 수준에서 묶이거나 깎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기업ㆍ산업ㆍ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사는 이달부터 직원 임금을 5% 삭감하고 연차휴가의 25%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임금협상안에 합의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은 이달 말 제출할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 내년 임금수준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현재 금융공기업들도 임금삭감을 놓고 노사 협의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대기업 등 민간부문도 조심스럽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경제 살리기에 나선 만큼, 기업들도 설비투자, 신규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뭔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장인들의 지갑은 그대로이거나 얇아진 반면, 내년에도 물가는 계속 오른다는 점이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결과적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게 된다.

가정주부 이 모씨(31)는 "남편 월급은 변함이 없는데 시장에 나가보면 생필품 가격은 계속 오른다"며 "어디서부터 지출을 줄여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쓸 돈이 줄어든' 가계가 지갑을 닫고 소비를 억제할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내수회복 시기가 늦춰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내년도 물가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간 2~3% 수준의 물가상승률은 우리 경제상황에서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시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환율, 농산물 가격 등 전반적인 물가여건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양호할 것으로 본다"며 "공공재 요금인상 등도 올해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내년 물가는 올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0.1~0.2%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물가당국 입장에서 임금상승률이 억제될 경우 물가상승 압력도 함께 낮아지므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임금인상과 고용문제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두개의 정책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가 희생되는 양자관계)의 관계로 단순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정부가 최대한 고용을 늘리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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