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을 성공시킨 상품가치

박병천 브레인컴퍼니 대표 2009.10.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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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천의 브랜드성공학]제품의 상품의 차이를 이해하자

'컨디션'을 성공시킨 상품가치


제품과 상품의 차이는 무엇일까?

마케팅을 좀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상품을 올바로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이들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없다면, 엉뚱한 곳에 초점이 맞춰진 잘못된 마케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품과 상품의 차이를 가장 쉽게 이해하려면 한자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제품(製品)의 제(製)자는 ‘만들 제’이다. 즉 만들어 놓은 것이 제품이다. 그리고 상품(商品)의 상(商)자는 ‘거래할 상’이다. 그러므로 서로 거래하는 것이 상품이다.



우리가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시때때 섞어서 쓰는 단어들이지만 이처럼 한자로 살펴보면 완전히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된다.

제품과 상품을 올바로 구별해야 하는 이유는 마케팅 혹은 브랜딩을 하면서 경쟁자와 무엇을 차별화하고, 소비자에게 무엇을 내세워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두 단어의 의미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좋은 제품이 곧 좋은 상품이고, 좋은 상품이 곧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간혹 맞을 때도 있지만 맞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므로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좋은 제품이란 잘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좋은 상품이란 거래가 잘 되는, 다시 말해서 잘 팔리는 것을 일컫는다. 가령, 누군가 애완용 강아지 집을 만들었다고 하자. 그리고 이 강아지 집이 잘 만들어진 좋은 제품인지 아닌지를 당신이 평가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점들을 살펴보게 될까?

먼저 좋은 자재를 사용했는지 살펴볼 것이다. 견고하게 제작되었는지, 구조가 편리한지, 디자인은 괜찮은지, 크기는 적당한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모든 항목에서 우수하다고 판단되면 ‘이 제품은 우수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어서, 당신이 우수한 제품이라고 평가한 이 제품이 상품으로서도 우수한 상품인지 평가해보기로 하자. 좋은 제품인가를 평가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잘 팔릴만한 어떤 매력이나 독특성을 갖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즉 제품과 상품에 대한 평가기준은 서로 다르다.

만일 시장에 비슷한 자재,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견고성이나 구조의 편리함을 가진 강아지 집이 여러 종류 나와 있다면 당신이 평가했던 그 강아지 집은 우수한 제품일지는 몰라도 결코 우수한 상품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잘 만든 제품이라고 해도 비슷한 품질의 제품이 시장에 널려있다면 남보다 거래가 더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떤 강아지 집은 전반적인 품질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제품이지만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면, 그 강아지 집은 좋은 제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거래의 매력을 가진 좋은 상품임에 틀림이 없다.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에 대하여 지나친 애정을 갖는 흠이 있다. 그래서 상품으로서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일보다 제품으로서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일에 너무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곤 한다.

브랜드는 제품의 우수성과 연결되는 것보다 상품적 가치와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숙취해소용 드링크인 ‘컨디션’은 원료가 무엇인지 어떤 제조공법으로 만든 것인지, 어떤 성분이 숙취를 해소시킬 수 있다는 것인지 제품 특성에 대하여 단 한 번도 광고한 일이 없지만, ‘술 마시기 전(前)에 마시는 드링크제’라는 것을 자신들의 상품가치로 내세우고 그것만을 집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수익성 높은 파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술 마신 다음날 고생하지 말고 술 마시기 전에 마시는 드링크제 컨디션을 마셔두자’는 제안은 사실상 제품의 품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술 마신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피로로 힘들어해본 소비자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었고, 술 마시러 갈 때마다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상품가치였다.

반면, 아스파라긴산 등 제품원료를 강조했던 브랜드를 비롯, 제품 속성이나 품질에만 연연했던 대다수의 숙취해소제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어쩌면 그들은 컨디션보다 더 좋은 원료로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었지만 운이 없어서 실패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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