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다시 정기예금으로?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10.05 15:38
글자크기

은행권 고금리 상품 출시에 MMF자금 유출까지 겹쳐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다시 늘고 있다.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 고객을 붙잡으려는 은행권의 전략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월말 기준 269조 34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말 잔액이 267조 768억원까지 떨어졌지만 한 달 만에 2조 2655억원 늘어났다.



시중자금, 다시 정기예금으로?


특히 총수신 잔액이 줄어든 가운데 정기예금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4개 은행 기준 올 들어 처음이다. 총수신 잔액은 8월 570조 6915억원에서 9월 569조 2233억원으로 1조 4682억원 줄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최근 고금리 정기예금과 회전식 정기예금을 내놓은 게 고객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주식으로 가던 자금이 은행 예금에 머물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고점에 왔다는 심리와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판매했던 특판예금 만기가 돌아와 이 자금을 잡기 위한 은행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회전식 정기예금처럼 사실상 만기가 짧거나 금리가 높은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8월부터 판매한 '자전거 정기예금'은 한 달여 만에 가입액 1조원을 돌파하는 실적을 거뒀다.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4.6%(1년 만기)의 금리를 제공한다.


지난달 초 하나은행이 출시한 '369 정기예금'도 19영업일 만에 1조원을 유치했다.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나서 3개월, 6개월, 9개월 등 기간별로 중도해지 해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금리 상승기에 유리하다는 평이다.

금융위기 이후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묶여있던 자금이 장기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정기예금 증가에 힘을 싣고 있다. 조만간 출구전략이 이행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단기물 금리가 오르면서 MMF 등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개 은행의 MMF 잔액은 9월말 20조 7320억원으로 8월말에 비해 2조 1306억원 감소했다. 또 신한금융투자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한 달 동안 전체 MMF 상품 잔액은 16조 2924억원 유출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설정액이 8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MMF 잔액 축소와 관련 "은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줄 수 있는 중장기 예금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