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물병편지..네티즌 新놀이문화 어때?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09.10.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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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완전 익명의 상대와 대화를 즐기는 '랜덤 채팅'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이다.↑최근 완전 익명의 상대와 대화를 즐기는 '랜덤 채팅'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90년대 유행하던 채팅문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했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는 '랜덤채팅 후기' 혹은 '물병편지를 사용해봤다'는 글이 간간히 올라온다. 두 서비스 모두 상대의 성별, 나이 등 신상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메일을 보내는 서비스로 간단한 사용법과 익명성으로 많은 사용자들을 이끈다.

랜덤채팅은 채팅사이트 '가가라이브'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해당 사이트뿐만 아니라 HTML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웹페이지라면 간단히 설치해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없이 바로 화면에서 클릭 한 번으로 채팅을 즐길 수 있다. 대화에 참여하면 사용자는 '당신', 상대는 '낯선 상대'로만 표시된다.



랜덤채팅을 즐기는 누리꾼들의 대화내용도 다양하다. 각종 고민상담, 취미생활, 소원말하기 등 여러 주제의 대화 후기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다. 종종 랜덤채팅을 이용, 끝말잇기를 하는 누리꾼도 있다.

한 누리꾼은 "랜덤채팅에서 취미가 같은 사람을 만나 한참 대화했다"며 대화내용을 캡쳐해 올리기도 했다. 랜덤채팅을 운영하는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방금 전 채팅한 사람을 찾는다", "아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글로 가득하다.



랜덤채팅을 서비스하는 '가가라이브'는 지난달 21일 오픈한 이래 일방문자 8만명, 동시접속자 2만4000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있다.

수신인이 랜덤으로 정해져 발송되는 '물병편지'는 말그대로 빈 물병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띄우는 모습을 형상화한 플래시 프로그램이다. PC에서 실행시켜 놓으면 주기적으로 편지가 들어있는 '물병'을 배달해 준다.

배달된 편지에 적혀있는 내용은 랜덤채팅과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이다. 물병편지를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누군가에게 받은 사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다른 이에게 보내기도 한다. 종종 자신이 보낸 편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이 덧붙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도 포함돼 있다. 물병이 배달된 후 일정시간 편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바닷물에 '젖어버려' 읽을 수 없게 된다.
↑'물병편지'는 일정시간 읽지 않으면 '젖어버려' 읽을 수 없게 된다.↑'물병편지'는 일정시간 읽지 않으면 '젖어버려' 읽을 수 없게 된다.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김재훈씨(25)는 인터넷 서비스와 무관한 일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는 "올해 9월 혼자 바닷가로 휴가를 갔다 물병편지를 떠올렸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오픈한 지 10일 만에 200만 건의 편지가 오갔다"며 반응이 좋음을 시사했다.

"프로그램 개선방향을 적은 편지를 우연히 받아본 적이 있다"며 특이한 케이스를 소개한 김씨는 "지금 모습 그대로 최대한 단순한 형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기능을 부가하게 되면 물병편지의 매력이 사라지지 않겠냐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유행하는 랜덤채팅, 물병편지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사용자의 신원이 불분명한 탓에 음란채팅, 성매매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 또 욕설이나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내용의 메시지가 오가기도 한다.

랜덤채팅을 해본 직장인 A씨는 "야간에는 노골적으로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사용자들이 있고 심지어 원조교제를 청하는 청소년도 간간히 있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매달 30만원만 주면 여자친구를 해주겠다"며 "노골적으로 원고교제 제의를 받았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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