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 9월중 16조 유출…환율 때문에?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09.10.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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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월간 최대ㆍ80조 붕괴..환시 개입용 외평기금 유출 추정

지난달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 순유출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로 연기금 이탈이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정부의 환시개입용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MMF에서 16조2925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순유출세가 지속된 한편,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설정액도 80조원이 붕괴돼 79조29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MMF 설정액이 80조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11개월 만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단기 부동자금의 MMF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MMF 설정액은 한때 12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 7월 말까지도 100조원대에서 유지됐으나 8월 이후 급격히 감소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MMF 9월중 16조 유출…환율 때문에?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완화된 점, 시중 금리의 상승과 주식시장 활황 등으로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는 자금의 증가 등이 MMF에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9월 MMF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가 유독 컸던 결정적인 원인은 MMF에서 단기 운용되던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이 대거 유출된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때 150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 아래로 하락하는 등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지자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한 미세조정을 위해 MMF에서 외평기금을 인출했다는 설명이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 발행으로 조성된 자금이다. 원화가치가 급등할 경우(환율이 급락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외평기금을 사용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환율 조정을 꾀한다.

한 자산운용사 MMF 운용 담당자는 "9월 MMF 유출 자금의 대부분은 연기금으로 약 12조원을 기록한 반면 금융기관을 비롯한 법인자금은 순유출 규모가 미미했다"면서 "자금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 이동했다기보다는 정부 자금이 특수한 목적을 위해 MMF에서 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MMF 설정액 추이와 환율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평기금의 사용에 따라 MMF 규모가 증감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MMF 설정액이 급증한 것은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고 획득한 원화를 MMF에 예치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반대로 올 7월 환율이 1300원 아래를 뚫고 내려온 이후 1100원선까지 급격히 하락하자 환율 급락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MMF에서 외평기금을 꺼내 달러를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자금이 풍부한 상태고 금융시장 경색이 대부분 풀렸기 때문에 MMF로의 쏠림현상은 사라졌다"면서 "그러나 아직도 MMF 설정액 규모가 평소보다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자금이 더 빠져나갈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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