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어음할인율 낮아진 이유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10.05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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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중기·건설사 부실 여전…우량사에 금리 '할인'

명동 사채시장에서 어음할인율이 하락세다. 최근 낙관적인 경기전망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출수요는 늘지만 정작 대출해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우량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명동 업자들은 할인율을 낮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우량업체 모셔라"=지난주 명동 사채시장에서 중견 기업인 A사의 어음결제가 잠시 연장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음발행 업체들은 대개 결제일 오후 2시까지 주거래은행에 결제자금을 입금하는데 A사는 이보다 3시간 늦은 오후 5시에 결제했다.



명동 관계자는 "자금력 있는 업체들은 마감시간보다 훨씬 빠른 오전중 어음결제를 한다"면서 "결제시간을 3시간이나 넘겼다는 것은 해당기업의 자금사정이 원활치 않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분양 호조로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진 중견 건설사 B사도 실제 재무상태는 상당히 불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B사가 하청업체에 대금납부를 6개월째 미뤘기 때문이다.



명동은 주고객인 중소기업과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어음할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특히 건설사 어음의 경우 지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할인이 잘되지 않는다.

이 여파로 실제 할인이 이뤄지는 업체들의 어음할인율은 전반적으로 내림세다. 현재 어음할인이 가능한 업체 수가 적은 탓에 이를 놓고 명동 업체간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명동 관계자는 "시장에서 취급할 대출물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우량업체를 둘러싼 물밑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우량회사 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전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할인율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잔고증명 사고 급증=어음할인율이 떨이지는 것과 달리 잔고증명 수수료는 높아지고 있다. 재무상태가 악화된 기업들이 잔고증명 용도로 대출받은 자금을 증자나 차환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예금실적 등이 필요할 때 사채시장을 찾는데 명동에선 이들이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에 대신 예치하고 하루에 1억원당 30만~4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명동은 그러나 잔고증명 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자 잔고증명 수수료를 1억원당 80만원 선으로 올렸다. 잔고증명 영업의 리스크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들뜬 시장 분위기와 달리 중소기업의 경기는 여전히 침체 상태"라며 "리스크 부담이 여전한 탓에 어음할인이나 잔고증명 등 명동 고유의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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